국방부의 3천만 달러 AI 거짓말 탐지기: 구식 논쟁의 현대판인가, 혁신의 시작인가?
Published Sep 27, 2026
“복잡한 것을 실체적인 것으로 환원하려는 잘못된 노력입니다.” 노섬브리아 대학의 법학자 키리 코트소글로우(Kyri Kotsoglou) 교수의 이 발언은, 미 국방부가 향후 5년간 3030만 달러를 투입하여 인공지능(AI) 기반의 차세대 거짓말 탐지 기술 ‘Polygraph+‘를 개발하려는 계획에 대한 냉철한 비판적 시각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사실, 거짓말 탐지 기술은 그 역사만큼이나 오랜 논란을 안고 있습니다. 이번 국방부의 대규모 투자는 과연 이 해묵은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AI라는 첨단 기술을 빌어, 결국 같은 함정에 빠지게 될까요?
미 국방부의 예산 요청에 따르면, ‘Polygraph+’ 또는 ‘Polygraph Next’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한 채점 알고리즘, 그리고 **‘스탠드오프 센싱(standoff sensing)‘**이라는 비접촉식 생체 신호 측정 기술에 중점을 둘 예정입니다. 이는 피험자의 신체에 직접 장치를 부착하지 않고도 생체 반응을 측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국방부는 이를 통해 연방 공무원의 거짓말 탐지 및 신뢰도 평가 기술을 “현대화하고 정확성과 신뢰성을 향상시키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야심 찬 계획은 최근 국방부 내부의 높은 긴장감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국방장관 피트 헥스게스(Pete Hegseth)는 언론에 대한 기밀 유출원 색출을 위해 거짓말 탐지기 사용을 점점 더 늘려왔습니다. 실제로 이란과의 전쟁에서 미 무기 비축량 고갈이 보도된 후, 합동참모본부의 약 50여 명의 장교들이 거짓말 탐지 조사를 받은 사실은 이러한 배경 맥락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과거의 망령: 오래된 거짓말 탐지 기술의 한계
솔직히 말해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거짓말 탐지 기술은 1920년대 폴리그래프가 발명된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검사관들은 혈압, 맥박, 호흡, 땀 분비량과 같은 생리적 측정치에 의존하여 누군가 거짓말을 하는지 판단합니다. “하늘은 파랗습니까?”와 같은 기준 질문과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습니까?”와 같은 목표 질문에 대한 응답자의 생리적 반응 차이를 바탕으로 진실성을 판단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기술의 신뢰성은 오랫동안 꾸준히 도전을 받아왔습니다. 1983년 미 의회 기술 평가국(Office of Technology Assessment)은 폴리그래프가 직원 선별에 유용하다는 증거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결론 내렸으며, 2003년 미 국립 연구위원회(NRC)는 그 효능에 대한 증거가 “기껏해야 미약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심지어 법정에서는 그 결과가 거의 인정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기술적인 도움 없이 인간이 거짓말을 탐지할 확률은 겨우 50%를 약간 넘는 수준이라고 연구는 말합니다. 물론 미국 폴리그래프 협회는 폴리그래프의 정확도를 80~94%로 주장하지만, NRC의 2003년 보고서는 이 정도의 정확도를 가진 선별 검사라도 많은 오류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미 국방부는 280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이 규모에 불완전한 시스템을 적용한다면, 수만 명을 거짓으로 고발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폴리그래프 해석은 종종 주관적이라서 검사관마다 크게 다른 결과를 내놓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게다가 소수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더 기만적인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도 높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더욱이 훈련을 통해 거짓말 탐지 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 다양한 **대응책(countermeasures)**을 배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발 속에 숨겨둔 핀을 밟아 기준 질문에 대한 생리적 반응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식이죠. 로테르담 에라스무스 대학의 기만 연구 조교수인 소피 반 데어 지(Sophie van der Zee) 교수는 “작동 방식을 알면 속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폴리그래프의 가장 큰 효과는 억지력인데, 사람들이 폴리그래프가 작동한다고 생각할 때만 효과가 있다”고 덧붙입니다. 수십 년 동안 열화상 카메라, 동공 추적기, 뇌 스캔 등 다양한 신기술을 이용한 거짓말 탐지 시도가 있었지만, 실험실 밖에서는 신뢰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만인에게 항상 적용되는 단 하나의 거짓말 신호는 없다는 점입니다. 반 데어 지 교수는 “여전히 피노키오 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단언합니다.
AI가 던지는 새로운 희망: Polygraph+의 지향점
이러한 해묵은 한계 속에서 국방부는 **Polygraph+**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합니다. 기존 폴리그래프가 심박수, 호흡 등 단편적인 생리 신호에만 의존했다면, AI와 머신러닝은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인간 검사관이 놓칠 수 있는 패턴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습니다. 특히 ‘멀티모달(multi-modal)’ 기만 탐지에 AI가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여러 측정값을 결합하여 전체적인 기만 “점수”를 산출함으로써 사람들이 속이기를 더 어렵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국방부의 국방혁신단(DIU)은 2023년 기만 탐지에 활용될 수 있는 제품을 보유한 기업들을 모집하는 공모전을 열었고, 두 회사를 시제품 개발 업체로 선정했습니다. 하나는 일반 카메라를 이용해 심박수와 호흡수를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프레사지 테크놀로지스(Presage Technologies)**이고, 다른 하나는 비접촉식 센싱 기술로 확장하는 의료 센서 회사인 **알텍 리서치(Altec Research)**입니다. 알텍의 시제품 스크린샷은 머리 움직임, 얼굴 피부 온도, 모공 활동 등을 추적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기존 폴리그래프처럼 피험자의 몸에 전극을 붙이지 않고도 생체 신호를 파악하려는 시도로, 스탠드오프 센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 단계 진화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주목할 점은, AI가 단순히 기존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비접촉식 센싱이라는 새로운 데이터 수집 방식을 통해 **‘데이터의 질과 양’**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 한다는 점입니다. 즉, AI는 기존 데이터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풍부하고 미묘한 생체 신호 패턴을 학습함으로써 ‘거짓말’의 복합적인 지표를 찾아낼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죠. 반 데어 지 교수는 거짓말 탐지가 세 가지 근본적인 현상, 즉 생리적 스트레스, 인지 부하, 그리고 거짓말을 숨기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파적하려 한다고 설명합니다. 기존 폴리그래프는 이 중 한 가지(생리적 스트레스)만 다루지만, AI 기반 시스템은 “이 세 가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는 결합된 방법들이 많을수록 더 성공적일 것”이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AI가 이 세 가지 요소 간의 복잡한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데는 분명 강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악의 조합’인가, 새로운 패러다임인가? AI와 거짓말 탐지의 교차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AI 기반 거짓말 탐지에 대해 “두 세계의 최악의 조합”이라는 비판적 시각을 드러냅니다. 왜일까요? 거짓말 탐지 기술의 근본적인 문제는 인간의 거짓말이 보편적이고 일관된 생리적 반응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패턴을 찾아낸다고 해도, 그 패턴이 ‘거짓말’이라는 특정 행동과 100% 일치하지 않는다면, 결국 오류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게 됩니다. 오히려 AI의 높은 계산 능력과 데이터 처리 속도가 거짓으로 밝혀진 탐지 결과에 과도한 신뢰를 부여하여 더 심각한 오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업계 흐름을 보면, AI는 분명히 데이터 분석의 정교함을 높이고 다양한 생체 신호를 통합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거짓말이라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적 현상을 단순히 생리적 지표로 환원하려는 시도 자체의 한계는 AI가 해결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습니다. 거짓말 탐지의 궁극적인 목표가 ‘정확한 진실 판별’이 아니라, 피험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자백을 유도하는 **‘억지력(deterrence)‘**에 있다면, AI는 더 그럴듯하고 위협적인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첨단 기술을 이용한 심문’이라는 윤리적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방부가 3030만 달러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Polygraph+‘를 추진하는 것은, 내부 위협과 기밀 유출에 대한 절박함의 반영일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거짓말 탐지 기술이 보여준 한계와 AI의 아직 검증되지 않은 잠재력 사이에서, 이 프로젝트가 과연 신뢰성 있고 윤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피노키오의 코’를 찾기 위한 인류의 여정은, AI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여전히 험난해 보입니다.
출처
- 원문 제목: The Pentagon wants $30 million to build an AI-powered lie detector
- 출처: MIT Technology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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