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스토어 설계자가 예측한 미래: AI 쇼핑 시대, 우리는 '경험'을 포기할까?
Published Sep 22, 2026
최근 실리콘밸리는 AI 기술이 우리의 쇼핑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확신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가 우리의 제품 탐색부터 구매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는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라는 개념이 빠르게 떠오르고 있죠. 구글은 AI 에이전트가 소비자의 제품 발견부터 결제까지 돕는 표준인 ‘유니버설 커머스 프로토콜’을 추진하고 있으며, 오픈AI는 ChatGPT를 사용자가 제품을 연구하고 비교하며 심지어 구매까지 할 수 있는 쇼핑 플랫폼으로 변모시키고 있습니다. 이들의 비전대로라면, 우리는 더 이상 웹사이트를 돌아다니거나 실제 매장을 방문할 필요 없이 AI에게 모든 것을 맡기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 대해 강력한 이견을 제시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애플의 상징적인 리테일 스토어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론 존슨(Ron Johnson)입니다. 그는 온라인 쇼핑이 막 부상하던 2000년대 초반, 애플에 합류하여 오늘날 애플의 제품 판매와 고객 연결의 중심이 된 매장 네트워크를 설계했습니다. 물리적 소매업의 종말을 예언하는 목소리를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들어왔던 그에게, AI 기반 쇼핑의 전면적인 확산은 다소 과장된 예측으로 다가오는 모양입니다.
실리콘밸리의 AI 쇼핑, 과연 우리의 미래일까요?
“AI는 온라인 쇼핑 경험을 개선할 새로운 기술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 우리가 쇼핑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론 존슨의 이 발언은 현재 실리콘밸리의 거대한 AI 투자 흐름에 정면으로 맞서는 듯 보입니다. 그는 특히 고가의 개인적인 구매에 대해서는 AI 에이전트의 역할에 극도로 회의적입니다.
예를 들어, 1,000달러 또는 2,000달러짜리 노트북을 AI 에이전트에게 맡겨 선택하고 구매하게 할 수 있을까요? 존슨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그의 주장은 지극히 설득력 있습니다. 노트북 구매는 너무나 개인적인 경험을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구매자는 제품의 무게를 직접 느껴보고 싶어 하고, 디스플레이를 눈으로 확인하며, 자신에게 맞는 크기를 직접 결정하고 싶어 합니다. AI가 선택의 폭을 좁혀줄 수는 있겠지만, 이 정도의 거금을 쓰기 전에 많은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을 경험하고 싶어 할 것이라는 지적이죠.
AI는 결코 제품을 물리적으로 경험하게 해줄 수 없습니다. 이것이 존슨의 핵심 주장입니다. 대신, 그는 AI 에이전트가 소비자들이 매장에 오기 전에 더 정보에 밝은 쇼핑객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즉, AI는 결정을 대신하는 주체가 아니라, 우리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보조 도구로서의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관점입니다. 이는 현재 ‘에이전틱 커머스’를 주도하는 구글이나 오픈AI의 비전과는 사뭇 다른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애플 스토어의 성공 비결과 인간적 통찰
론 존슨의 이러한 신념은 20여 년 전 애플의 결정에서 비롯됩니다. 애플의 물리적 매장은 단순히 맥(Mac)을 판매하는 곳을 넘어, 사람들이 제품을 경험하고(try), 사용법을 배우고(learn),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얻기 위해(return for help) 방문하는 장소로 설계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애플 스토어가 단순한 판매점을 넘어선 ‘커뮤니티 허브’이자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이유입니다.
존슨은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의 리테일 운영을 구축했던 경험을 담은 자신의 새 책 “Shop Different: How Retail Revealed Apple’s Genius”에서 이러한 통찰을 다시금 강조합니다. 경쟁사들이 애플의 유리 중심 디자인, 개방형 레이아웃, 심지어 지니어스 바(Genius Bar)와 같은 서비스 아이디어를 모방했지만, 종종 **‘사람’**이라는 핵심 요소를 놓쳤다고 그는 지적합니다.

“애플의 **비밀 소스(secret sauce)**는 항상 사람이었습니다. 매장 직원들이 고객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가장 중요했죠.” 존슨의 이 말은 애플의 성공이 단순히 혁신적인 제품이나 세련된 디자인에만 있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애플 스토어 직원들은 일반적인 소매업계의 판매 문화와는 달리 수수료를 받지 않습니다. 이는 판매 압박을 없애고, 대신 직원들이 고객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주목할 점은, 기술 중심의 세상에서 ‘인간적 연결’과 ‘진정한 문제 해결’이 얼마나 강력한 경쟁 우위가 될 수 있는지 애플이 몸소 증명했다는 사실입니다.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만이 줄 수 있는 공감과 맞춤형 소통의 가치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합니다.
AI는 쇼핑 경험을 어떻게 ‘향상’시킬까?
그렇다면 존슨의 관점에서 AI는 쇼핑 경험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그는 AI가 소비자들이 매장에 오기 전에 더 많은 정보를 얻고(better inform) 준비된 쇼핑객이 되도록 도울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예를 들어, AI는 수많은 제품 리뷰를 요약해주고, 개인의 선호도를 바탕으로 잠재적인 제품 목록을 선별해주며, 특정 제품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해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는 소비자가 매장을 방문했을 때, 더 효율적으로 제품을 탐색하고 현명한 질문을 하며, 최종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AI가 쇼핑 과정에서 ‘비서’ 역할은 훌륭하게 수행하겠지만, 최종 ‘의사결정자’나 ‘경험 제공자’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그의 주장은 사실 이건 소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합니다. 특히 의류, 전자제품, 가구와 같이 개인의 취향, 감각, 그리고 실제 사용 경험이 중요한 품목에서는 AI가 제시하는 데이터만으로는 완벽한 만족을 얻기 어렵습니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 그리고 AI에 대한 낙관론
애플을 떠난 후 존슨은 J.C. Penney를 인수하여 대대적인 변혁을 시도했지만, 2년도 채 되지 않아 매출 급감으로 물러났습니다. 그는 당시 너무 많은 것을 너무 빨리 바꾸려 했고, 직원들과 고객들을 충분히 동참시키지 못했다고 회고합니다. 애플 스토어는 회사 제품과 함께 진화한 스타트업과 같았지만, J.C. Penney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한 ‘턴어라운드’ 상황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이후 창업한 이커머스 회사 Enjoy Technology 역시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그가 ‘사람’과 ‘경험’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게 된 배경이 되었을 것입니다. 단순히 기술적 혁신만으로는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만들 수 없으며, 고객과 직원이라는 인간적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는 뼈저리게 배웠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가 쇼핑 방식을 어떻게 재편할지에 대한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존슨은 기술 자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낙관적입니다. “저는 AI를 진정으로 믿는 사람입니다. 저는 AI 낙관론자입니다.” 그는 스티브 잡스 역시 AI를 포용했을 것이라고 믿지만,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는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직관을 보완하는 도구로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잡스는 똑똑한 사람들을 모아 문제를 토론하고 새로운 관점을 찾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존슨은 이러한 ‘인간적 직관’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강조합니다.
결론적으로, 론 존슨의 시각은 AI가 모든 것을 자동화하고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실리콘밸리의 거대한 흐름에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AI는 분명 쇼핑 경험을 더 스마트하고 효율적으로 만들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옷을 입어보고, 제품의 질감을 만져보고, 직원과 대화하며 신뢰를 쌓는 것과 같은 인간적인 경험과 감성적인 연결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가치로 남아있습니다. 미래의 쇼핑은 AI의 놀라운 정보 처리 능력과 인간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한 교감, 이 두 가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하이브리드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연 실리콘밸리는 우리의 ‘경험’에 대한 욕구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는 단지 AI 시대의 초입에 서 있을 뿐일까요?
출처
- 원문 제목: The man who built Apple’s stores doesn’t buy Silicon Valley’s bet on AI shopping
- 출처: AI News & Artificial Intelligence | TechC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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