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언제쯤 우리 일상에 스며들까요? 엔비디아가 던진 질문의 핵심
Published Sep 17, 2026
2022년 11월, 챗GPT의 등장은 세상을 뒤흔들었습니다. 마치 허공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 언어 모델과의 상호작용 방식은 인공지능을 단순한 과장(hype) 너머 일상의 현실로 끌어올렸죠. 덕분에 우리는 이제 AI가 작성한 글을 읽고, AI와 대화하며, AI의 도움을 받아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AI의 가능성에 경탄했고, 디지털 세상은 순식간에 변화의 물결에 휩싸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득 드는 질문이 있습니다. 디지털 AI가 이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우리의 삶 깊숙이 파고드는 동안, 물리적 AI, 즉 로봇은 과연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지난 몇 년간 기조연설에서 로봇 분야에 대한 낙관론을 꾸준히 펼쳐온 것을 고려하면, 우리는 이미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만능 로봇들이 우리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로봇이 대부분 공장이나 특정 산업 분야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왜 로봇은 챗GPT와 같은 ‘대중적 혁신의 순간’을 아직 맞이하지 못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통찰력 있는 답변을 엔비디아 인셉션의 물리적 AI 글로벌 책임자 레스 카르파스(Les Karpas)가 제시했습니다. 그의 핵심 주장은 간단하면서도 해결하기에는 매우 복잡한 문제입니다. 바로 범용 로봇이 직면한 핵심 한계는 물리적 AI를 위한 인터넷 규모 데이터셋이 없다는 것입니다.
챗GPT의 성공 방정식: 대규모 데이터셋과 로봇의 현실
챗GPT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되짚어봅시다. 오픈AI, 앤스로픽을 비롯한 거대 언어 모델 개발사들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방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이 데이터셋은 단순히 거대한 양뿐만 아니라, 인간의 다양한 언어 표현, 지식, 그리고 문맥을 포함하고 있었죠. 이러한 광범위하고 다양한 데이터 덕분에 LLM은 놀랍도록 유창하고 자연스러운 언어를 구사하며 복잡한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자율주행차 분야의 와이모(Waymo)와 같은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수년간 축적된 실제 도로 주행 데이터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셋을 구축했으며, 시장별로 이 데이터는 계속 확장되고 있습니다. 수십만, 수백만 마일에 달하는 주행 데이터는 차량이 다양한 도로 상황, 날씨,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데 필수적이죠.
하지만 로봇, 특히 물리적인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범용 로봇의 경우는 상황이 다릅니다. 카르파스가 지적했듯이, “언어 모델을 위한 인터넷 규모 데이터셋”처럼, 로봇이 물리적 세계에서 움직이고, 물체를 조작하며, 환경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인터넷 규모의 물리적 AI 데이터셋”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서 주목할 점은, 물리적 세계의 데이터는 디지털 텍스트 데이터나 정형화된 주행 데이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하며, 표준화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텍스트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0과 1의 디지털 형태로 존재하며, 웹 크롤링을 통해 대규모 수집이 용이합니다. 자율주행 데이터 또한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등 센서 데이터를 통해 일정한 형식으로 수집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봇이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컵을 집거나, 문을 열거나,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는 것과 같은 단순한 행동조차 수많은 변수를 포함합니다. 컵의 모양, 재질, 놓인 위치, 주변 환경의 조명, 로봇 팔의 미세한 움직임 오차 등 모든 것이 데이터로 기록되어야 합니다. 게다가 이 데이터는 ‘정답’을 정의하기도 어렵습니다. 컵을 잡는 방법은 무수히 많으며, 어떤 것이 최적의 방법인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리적 AI의 데이터 격차를 메우려는 노력들
이러한 데이터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다양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인공적으로 규모를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 시뮬레이션 (Simulation): 실제 로봇을 사용하지 않고 가상 환경에서 데이터를 생성하는 방식입니다. 로봇이 다양한 상황을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무한히 만들어낼 수 있으며, 실제 세계에서는 위험하거나 비싼 실험을 가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합성 데이터 (Synthetic Data): 실제 데이터와 유사하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데이터입니다. 이는 특정 시나리오나 희귀한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울 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 파운데이션 모델 (Foundation Models): 다양한 로봇 형태에 걸쳐 동시에 학습된 모델을 의미합니다. 이는 특정 로봇이나 특정 작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더 일반적인 능력과 지식을 습득한 모델을 통해 여러 로봇에 적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집니다.
업계 흐름을 보면, 이 세 가지 접근 방식이 서로 시너지를 내며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생성된 합성 데이터를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에 활용하고, 실제 세계에서 얻은 소량의 데이터를 통해 모델을 미세 조정하는 방식이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엔비디아는 이 과정에서 GPU 기반의 강력한 컴퓨팅 능력과 **옴니버스(Omniverse)**와 같은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통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이 분야에 집중하는 것은 단순히 로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와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솔직히 말해서, 엔비디아가 지포스(GeForce)로 게이밍 시장을 장악하고, 쿠다(CUDA)와 GPU로 AI 컴퓨팅 시장을 선점했던 것처럼, 물리적 AI의 ‘기반’을 다지려는 전략은 매우 영리하고 미래지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스 카르파스는 이러한 노력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엔비디아 인셉션의 글로벌 물리적 AI 책임자로서 그는 로봇공학, 자동차, 제조, 모빌리티, 스마트 도시 등 광범위한 스타트업 생태계와 엔비디아의 관계를 조율합니다. 데이터 격차를 해결하려는 이 회사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며, 그들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엔비디아의 생태계와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의 경력 역시 건축가, 제조 엔지니어, 스타트업 CEO, 벤처 스튜디오 임원, 기업 벤처 투자자에 이르기까지 로봇 산업이 요구하는 다학제적 기술과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줍니다.
로봇의 ‘ChatGPT 모멘트’,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요?
엔비디아가 물리적 AI의 가장 큰 병목 현상인 데이터 격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업계 관계자에게는 귀중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입니다. 이 같은 통찰력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거나, 새로운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반 사용자에게 이러한 논의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는 로봇이 현재의 한계를 넘어 우리 일상생활에 훨씬 더 깊숙이 스며들기 위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단지 기술적인 도전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진 거대한 혁신을 위한 기반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뜻입니다.
언어 모델이 인터넷에 존재하는 언어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언어를 배우고 이해했듯이, 로봇은 물리적 세계의 데이터를 통해 환경을 인지하고, 행동하며,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 과정은 언어 모델의 학습과는 또 다른 복잡성을 가지지만, 시뮬레이션과 합성 데이터, 그리고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는 새로운 도구들이 이 거대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언젠가 로봇이 챗GPT처럼 갑자기 우리의 일상 속으로 뛰어들어 다양한 물리적 작업을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모습을 보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그 ‘ChatGPT 모멘트’는 단순히 기술적인 돌파구를 넘어, 인공지능이 진정으로 디지털 세계를 넘어 물리적 세계에서 인류에게 봉사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입니다. 현재 진행되는 데이터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들이 바로 그 미래를 위한 중요한 씨앗을 심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로봇의 미래는 여전히 무궁무진한 기회로 가득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 원문 제목: Robots are waiting for a ChatGPT moment: Nvidia’s Les Karpas explains why at TechCrunch Disrupt 2026
- 출처: AI News & Artificial Intelligence | TechC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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