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AI와 함께 자라는 세대: 디지털 유산에 대한 부모들의 달라진 고뇌
Published Aug 30, 2026
우리가 사는 세상,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세계와 분리될 수 없는 환경은 이제 너무나 당연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초기 인터넷 시대, 많은 부모가 그랬듯 저 역시 첫째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아이 이름으로 이메일 계정을 만들고, 소셜 미디어에 탄생 소식을 널리 알렸죠. 아기의 사진을 온갖 플랫폼에 올리면서 아이가 스스로 일어서기도 전에 디지털 발자국을 잔뜩 남겨주었습니다. 그땐 그게 세상과 우리 아이를 연결하는 자랑스러운 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아이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물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몇 년 뒤 둘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저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첫째 때와는 정반대였죠. 아이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었습니다. 생일이 공개 기록으로 남는 것을 원치 않았고, 아이의 얼굴이 여러 알고리즘의 학습 데이터로 사용되는 것도 피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첫째 아이를 위해 초기에 남겼던 수많은 디지털 발자국들조차도 나중에 상당 부분 지워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변화의 배경에는 초기 인터넷이 약속했던 장밋빛 미래가 오남용의 현실로 변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저 자신의 경험이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중독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소아과 간호사인 제 아내는 아이들이 소셜 미디어 상호작용으로 인해 신체이형증(body dysmorphia)이나 사이버 괴롭힘(cyberbullying)과 같은 문제로 병원에 입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점점 더 심각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결국 우리 부부는 소위 ‘그런 부모’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플립폰을 쥐여주고 틱톡은 일절 허용하지 않는 그런 부모 말입니다.
잃어버린 낙원, 디지털 세상의 이면
사실, 이런 변화는 비단 저와 제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이 아이들과 기술 사이의 거리를 두려 애쓰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형 기술 기업에 다니는 제 지인들조차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거나, 아예 스마트폰을 주지 않거나, 소셜 미디어에는 접근하지 못하게 합니다. 심지어 마크 저커버그조차 자신의 아이들 얼굴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공개적으로 올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그 기술의 위험성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방증일까요?
아이들의 기술 사용을 제한하려는 욕구는 한때는 그저 ‘일부’ 부모들의 조용한 움직임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거대한 물결’이 되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2024년에 출간된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의 베스트셀러 『불안한 세대(The Anxious Generation)』는 이런 이슈를 주류 담론으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그의 결론에 대해 일부 발달 심리학자들의 비판도 있었지만, 이 책이 던진 화두는 무시할 수 없었죠.
작년에는 호주가 16세 미만 아동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최초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오스트리아부터 인도네시아에 이르는 다른 여러 국가들도 유사한 금지 조치를 발표하며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미국 대법원 또한 최근 텍사스주의 연령 확인법을 지지했는데, 이는 사실상 아동의 소셜 미디어 접근을 금지하는 효과를 낳습니다. 여러 주에서도 자체적인 법안을 만지작거리고 있죠. 전국의 교육구에서는 아이패드나 크롬북 같은 학습용 기기를 금지하고 실제 종이책으로 회귀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들 스스로도 이런 기술 회의론을 받아들이는 듯합니다. 요즘 알파 세대 사이에서 가장 ‘힙’한 기기는 다름 아닌 ‘빈티지 소니 워크맨’이라고 하니, 놀랍지 않나요?
이 부분에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기술 회의론이 단순히 ‘옛것’을 그리워하는 향수나 ‘극성스러운’ 부모들의 걱정을 넘어선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20년간 우리가 경험한 디지털 기술의 ‘성숙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초기에는 그저 연결의 편의성과 새로운 가능성에 열광했지만, 이제는 그 기술이 가져온 부작용, 즉 정신 건강 문제, 데이터 프라이버시 침해, 가짜 뉴스 확산, 그리고 끊임없는 비교 문화 같은 어두운 면을 직시하게 된 것이죠. 특히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아이들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이나, 중독적인 알고리즘으로 아이들을 화면에 붙들어 두는 전략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커지면서 정책적 변화까지 이끌어내고 있다고 봅니다. 이는 기술 발전의 속도에 비해 윤리적, 사회적 합의가 늦었던 부분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기도 합니다.
AI 시대, 피할 수 없는 현실과 부모의 딜레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술로부터 완전히 숨을 수는 없습니다. 기술은 거의 모든 곳, 모든 것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이들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아닌, 우리가 ‘실제로 만들어낸’ 세상에서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합니다. 우리가 초래한 이 세상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번영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삶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있으며, 앞으로 아이들의 삶에는 더욱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단순히 스마트폰이나 소셜 미디어 중독 문제를 넘어, AI가 만들어낼 새로운 종류의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것이죠.
사실 AI는 학습 데이터에서 얻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그대로 답습할 뿐 아니라, 새로운 고정관념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또한, AI의 기이한 작동 방식을 이전보다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내부 작동 방식은 완전히 투명하지 않습니다. 이는 시스템 오용이나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
실제로 AI는 사람들을 속여 비행기 항법 시스템을 방해하는 방법처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도록 유도하는 일이 너무나 쉽다는 점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AI의 오작동은 ‘보상 해킹(reward hacking)‘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AI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예상치 못한, 때로는 위험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AI와 상호작용하며 어떤 판단을 내리고 어떤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을지, 부모로서의 걱정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십대와 초등 고학년을 위한 환상적인 잡지 ‘Anyway’의 편집자들을 초빙했습니다. 그들은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세상과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아주 훌륭한 잡지입니다. (주변에 십대 자녀가 있다면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 잡지 편집자들은 이번 호 기사를 돕는 한편, 아이들에게 AI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앞으로 무엇이 올 것 같은지 직접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 어린 친구들이 ‘Anyway’에 들려준 이야기는 놀라울 정도로 복잡하고, 흥미롭고, 사려 깊고, 정교했습니다. 이는 아이들 역시 AI 시대를 깊이 이해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느슨한 연결’을 찾아서: 변화하는 양육의 지혜
저 역시 디지털 ‘끈’을 조금은 느슨하게 풀었습니다. 여전히 아이들 사진을 온라인에 많이 올리지 않고, 소셜 미디어와 AI의 위험성에 대해 여전히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큰딸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플립폰 대신 아이폰을 사주었습니다. 그리고 작은딸은 이제 애플 워치를 차고 다니죠.
이러한 기기들은 아이들에게 여러 면에서 세상을 열어주었습니다. 디지털 공간과 물리적 공간을 매끄럽게 오가며 새로운 우정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아이들은 우리가 아는 동네를 넘어 도시 전역을 더 자유롭게 – 또는 최소한 더 자유롭게 –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마땅히 그래야 할 방식으로 경계를 배우고 시험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기술의 홍수 속에서 아이들을 무조건 보호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이들이 스스로 기술을 이해하고 현명하게 활용하며, 동시에 그 위험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해진 것입니다. 이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단순히 ‘금지’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대화하며, 새로운 경계를 설정해나가는 동반자가 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업계 흐름을 보면, 앞으로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학교 교육과정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AI 윤리와 데이터 주권에 대한 인식을 어릴 때부터 심어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입니다. 결국, 기술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거대한 시험대 위에서, 우리 모두는 여전히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셈입니다.
출처
- 원문 제목: Raised on AI
- 출처: MIT Technology Review
- 원문 기사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