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달러 펀드를 던져버린 거장의 다음 한 수: AI로 바이오텍 판을 뒤엎다?
Published Aug 30, 2026
여러분은 AI가 우리 삶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특히, 인류의 가장 복잡한 영역 중 하나인 ‘생명’의 비밀을 풀고 질병을 정복하는 데 AI가 핵심 열쇠가 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실리콘밸리 최고의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a16z(앤드리슨 호로위츠)에서 무려 40억 달러 규모의 바이오텍 투자를 총괄했던 비제이 판데(Vijay Pande)입니다. 그가 작년, 모든 것을 뒤로하고 훨씬 작고, 더 집중적이며, 오직 AI에 기반한 새로운 벤처 펀드 VZVC를 설립했다는 소식은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40억 달러 펀드를 뒤로하고, ‘작은 베팅’을 선택한 이유
비제이 판데는 한때 투자자보다는 학계에서 더 잘 알려진 인물이었죠. 수백만 대의 개인 컴퓨터를 연결해 질병 연구를 위한 슈퍼컴퓨터로 만든 분산 컴퓨팅 프로젝트인 **폴딩앳홈(Folding@home)**을 구축한 것으로 유명한 스탠퍼드 화학 교수였습니다. 그런데 10여 년 전, 마크 앤드리슨과 벤 호로위츠가 그에게 a16z의 헬스케어 및 생명 과학 분야 투자를 맡기면서 그의 경력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초기 5년간 이 분야를 의도적으로 피했던 a16z가 판데에게 열쇠를 넘겨준 것은 그만큼 그의 비전과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일 겁니다.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판데는 a16z의 투자를 40억 달러 규모의 프랙티스로 성장시키며 바이오텍 분야에서 거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작년 6월,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훨씬 작은 규모의 VZVC를 공동 설립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습니다. VZVC는 기존의 수십 개에 달하는 투자 대신, 일 년에 소수의 집중된 베팅만을 하고, 어소시에이트(associate) 없이 운영되며, 일상적인 업무에 AI를 전적으로 활용하는 구조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4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던 거물이 더 작고 집중적인 모델로 전환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규모의 축소가 아닙니다. 이는 미래 바이오텍 투자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전략적 선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점은 바로 이 대목입니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물량 공세’를 펼치기보다는, AI라는 첨단 도구를 활용해 소수의 프로젝트에 깊이 파고들어 본질적인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지. 이는 업계의 성숙과 복잡성 증가에 대한 응답이며, 어쩌면 새로운 벤처캐피털 모델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시장의 혼란 속에서 확신이 필요한 투자자들에게, 판데의 이런 움직임은 큰 울림을 줄 것입니다.
생물학, ‘발견’을 넘어 ‘공학’의 영역으로
판데는 생물학이 “발견의 과학(science of discovery)“에서 “엔지니어링(engineering)” 가능한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과거 신약 개발은 상당 부분 우연에 의존하는 ‘발견’의 과정이었습니다. 특정 화합물이 어떤 질병에 효과가 있을지 ‘찾아내는’ 방식이었죠. 하지만 이제 AI와 머신러닝이 극도로 복잡한 생체 현상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AI는 특정 질병에 대한 약물 표적을 찾아내고, 그 약물을 설계하며, 심지어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비싼 부분인 임상시험을 돕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임상시험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은 염원’이라고 판데는 지적합니다. 실제로 임상시험에 도달하는 시간과 비용은 AI 덕분에 줄어들고 있지만, 한 번의 임상시험에 여전히 수억 달러가 소요될 수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1상 임상시험에서 3상 임상시험까지 성공할 확률이 고작 20%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10개 중 8개가 실패하고, 각 실패에 수억 달러가 들어간다면, 최종적으로 성공하는 약물의 상각 비용은 엄청나게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실패율이 높을까요? 판데는 생물학자들이 잘못해서라기보다는, 약물 설계에 사용된 **동물 모델(예: 쥐)**이 인간에게 잘 예측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AI 모델은 완벽하지 않겠지만, 어떤 동물 모델보다 훨씬 나은 예측력을 보여줄 것이며, 이 기준점을 넘어서는 순간 엄청난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이 지점에서 AI의 잠재력은 정말이지 놀랍습니다. 수많은 시간과 자원, 그리고 환자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니까요.
궁극적으로는 “나에게 맞는 약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정밀 의학(precision medicine)**의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의사가 특정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만났을 때,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해 여러 약을 시도해보는 대신, 처음부터 ‘가장 적합한’ 약을 처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현재는 혈액 검사 수치를 인구 평균과 비교하지만, 미래에는 “이 수치가 당신에게는 특이한가?”를 기준으로 삼게 될 것입니다. 즉, 개인의 생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정밀 의학이 오랫동안 유전체학에 기반을 두었지만, 판데는 유전체는 ‘집의 설계도’와 같고, 집이 지어진 후에는 많이 달라진다는 비유를 들어 **프로테오믹스(proteomics)**와 같은 다른 측정들이 현재 몸 상태를 이해하는 데 더 관련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자동화된 로봇 측정과 AI의 결합은 이러한 진보를 가속화하는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AI 의료 혁명의 숨겨진 과제: 데이터 사일로와 AI의 역할
그런데 여기서 매우 흥미로운, 그리고 동시에 어려운 문제가 발생합니다. 판데는 생물학이 AI가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쉽게 ‘긁어올 수 없는(scrape)’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라고 지적합니다. 텍스트 데이터처럼 인터넷에 넘쳐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회사가 자체적으로 **고립된 데이터셋(walled-off dataset)**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AI 발전의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는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모두가 동일한 데이터로 모델을 학습시킬 수 없고, 한 모델에서 다른 모델로 데이터가 쉽게 이전될 수도 없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AI 기반 의료 혁명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동시에 가장 큰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의 희소성과 사일로화는 경쟁과 지적 재산권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얽혀 있습니다.
하지만 판데는 이 문제가 의료 분야의 익숙한 문제, 즉 ‘사일로화된(siloed)’ 의사들의 협력 부족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환자가 종양학과 내분비학 모두와 관련된 유형의 암을 앓고 있다면, 두 전문 분야의 의사들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AI의 진정한 잠재력이 빛을 발합니다. AI는 원칙적으로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특정 개인이 볼 수 없는 패턴과 연관성을 볼 수 있다는 의미이며, 다양한 전문 분야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의사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판데는 이를 “최고의 의사들로 구성된 팀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과 같다고 비유합니다. 데이터가 부족하고 사일로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AI는 역설적으로 이러한 파편화된 지식을 통합하고 연결하는 궁극적인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AI는 인간이 만든 경계선을 허물고, 협력적 지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비제이 판데의 대담한 움직임과 그의 통찰은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생물학 및 의학 분야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핵심 동력이 될 것임을 시사합니다. 물론 데이터 확보와 윤리적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지만, ‘발견’을 넘어 ‘설계’하고, ‘평균’이 아닌 ‘개인’에 집중하며, ‘사일로’를 넘어 ‘통합’을 지향하는 AI 기반 의료의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깝고, 또 흥미진진해 보입니다.
출처
- 원문 제목: “We’re not doing 30 bets a year”: Vijay Pande on betting small after running $4 billion at a16z
- 출처: AI News & Artificial Intelligence | TechCrunch
- 원문 기사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