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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과연 '희망'이라는 단어를 품고 있을까요? 불안에 지친 아이들을 위한 지원 네트워크

Published Aug 22, 2026

최근 몇 년간 전 세계는 전에 없던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해왔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극심한 기상 이변은 이제 일상이 되었고, 예측 불가능한 전염병은 사회 전반을 흔들었으며, 지역 분쟁은 끊이지 않고, 핵 위협은 여전히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습니다. 여기에 치솟는 물가, 끝없이 오르는 주택 가격, 의료비 폭등, 그리고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까지. 이 모든 정보가 24시간 내내 개인의 디지털 공간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우리는 그야말로 ‘다중위기(Polycrisis)‘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이들은 다름 아닌 미래 세대, 즉 아이들과 젊은이들입니다. 그들은 단순히 희망을 잃어가는 것을 넘어, 현실적인 불안과 함께 미래에 대한 깊은 절망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현실을 조기에 마주한 아이들: Pim의 이야기

태국 남부의 작은 마을로 향하던 어린 Pim Sullivan-Tailyour는 여섯 살의 나이에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든 현실과 맞닥뜨렸습니다. 차창 밖으로 보이던 웅장한 산들은 누군가 파헤쳐 반쪽이 사라진 채 거대한 오렌지빛 흉터만을 남기고 있었죠. 어머니가 어릴 적 맑은 물에 몸을 담갔던 강은 채굴 작업으로 인해 흙탕물로 변해버렸다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그녀의 어린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꾸고 있어. 그런데 이건 옳지 않은 것 같아.” 당시 ‘채석’이라는 단어조차 몰랐던 Pim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목격한 변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인간이 세상을 더 나쁜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첫 순간이었고, 이 지식은 그녀가 성장하면서 내내 함께했습니다.

영국으로 이주한 뒤, Pim은 환경 이니셔티브를 위한 우산 조직인 ‘학교 지속가능성 네트워크(Schools Sustainability Network)‘에 참여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신의 학교에서는 환경 운동에 관심 있는 또래를 찾기 어려웠고,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외로움과 번아웃을 경험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상황은 많은 청소년 활동가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입니다. 혼자서 고군분투하다 지쳐버리는 거죠. 그때 그녀는 ‘자연의 힘(Force of Nature)‘이라는 또 다른 이니셔티브에 대해 알게 됩니다. 2021년 영국에서 시작된 이 단체는 기후 변화에 대해 걱정하는 청소년과 젊은 성인들을 위한 비공식적인 온라인 그룹 테라피 프로그램인 ‘자연의 힘 되기(Becoming a Force of Nature)‘를 운영하고 있었죠.

Pim은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첫 Zoom 세션에서 수십 개국에서 온 수많은 얼굴들을 마주했습니다. 그녀는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나 혼자가 아니었어.” 놀랍게도, 같은 학교 친구들도 자신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게 되었죠. 이 작은 깨달음은 번아웃 직전의 그녀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을 겁니다.

‘생태불안’을 넘어 ‘다중위기 증후군’으로

Pim의 이야기는 단지 개인적인 경험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인 조사를 통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세상의 상태에 대해 불안해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 불안은 해수면 상승이나 탄소 배출량 증가와 같은 기후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팬데믹, 분쟁, 핵무기, 주거비용, 식료품 가격, 의료비, 권위주의 확산, 정치적 양극화, AI로 인한 일자리 위협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역사학자, 정책 입안자,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시대를 ‘다중위기’라고 부릅니다. 이 모든 요소들이 끊임없이 디지털 세상에서 자극적으로 전달되면서, 청소년들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우울증과 불안 증상을 겪고 있습니다.

Support networks aim to help kids through the polycrisis

오랜 시간 동안 기후 위기로 인한 실존적 불안은 ‘생태불안(eco-anxiety)‘이라는 공식적인 명칭으로 불려왔습니다. 노팅엄 대학교 의과대학의 심리학자이자 조교수인 Liza Jachens는 미국 심리학회(APA)가 이를 “만성적인 환경 파멸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정의하지만, 실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상실감에 더 가깝다”고 말합니다. 단지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뿐 아니라 이미 사라진 것에 대한 애도 감정이라는 것이죠. 또한 정신과 의사이자 2012년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Lise Van Susteren은 이를 일종의 ‘예비 트라우마(pre-traumatic stress)‘로 설명하며, 다가올 재앙에 대한 예상적 트라우마로 보고 있습니다.

정말 충격적인 사실은 2021년 10개국 10,000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후 불안 연구에서 56%가 “인류는 파멸할 것이다(Humanity is doomed)“라는 진술에 동의했다는 점입니다. 이 수치는 단순한 걱정을 넘어선, 미래 세대의 깊은 절망감을 대변합니다.

그러나 기후 위기 외의 다른 전 세계적인 문제들에 대한 감정을 묘사할 적절한 단어는 아직 없었습니다. 2025년 폴란드 연구진은 이러한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성인기로 진입하는 젊은이들의 반응을 평가하며 ‘다중위기 증후군(polycrisis syndrome)‘을 정의하려 시도했습니다. 그들은 젊은이들의 정서적, 정신적 증상을 측정하는 기존 척도들을 사용하여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심리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사실, 60% 이상이 감정 조절의 어려움, 우울증 증상, 전반적인 정신 및 신체적 웰빙 저하와 같은 문제들을 보고했으며, 이 모든 것을 세계 정세의 누적된 스트레스 탓으로 돌렸습니다.

온라인 지원 네트워크의 역할과 미래

이러한 배경에서 ‘자연의 힘’과 같은 온라인 지원 네트워크의 등장은 어쩌면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기후 문제를 고립된 이슈가 아닌, 불안정한 세계의 여러 측면 중 하나로 다루면서 청소년들이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들을 해소하고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수천 명의 참가자를 확보하며 성장하고 있지만, 이런 유형의 네트워크 효과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심리학자들과 일부 실무자들은 이제 이러한 프로그램들의 효과를 측정할 때라고 말합니다. 그래야 학교, 학부모, 그리고 아이들 스스로가 어떤 프로그램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야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이 부분에서 주목할 점은, 온라인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접근성’과 ‘커뮤니티 형성’이라는 이점입니다. 지리적 제약 없이 전 세계의 또래들과 연결되어 “나 혼자가 아니다”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물리적인 환경에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을 찾기 어려울 때, 디지털 공간은 유일한 해방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디지털 에코 챔버(echo chamber)가 될 위험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즉, 같은 생각만 반복하고 더욱 깊은 절망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얘기죠. 따라서 이러한 네트워크가 단순한 ‘불안 공유’를 넘어, 실제적인 ‘행동 전환’과 ‘회복 탄력성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잘 설계된 프로그램과 전문가의 지도가 필수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AI와 같은 신기술이 일자리 위협으로 언급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AI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새로운 형태의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괜찮아질 거야’라는 막연한 위로가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며, 나아가 변화를 위한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구체적인 지원 체계입니다. 기술이 야기하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기술이 역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 예를 들어 심리 상담 챗봇이나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통한 문제 해결 능력 강화 등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다중위기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며, 특히 미래 세대의 정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자연의 힘’과 같은 지원 네트워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과 지속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청소년들이 이처럼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미래를 개척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일 겁니다.


출처

  • 원문 제목: Support networks aim to help kids through the polycrisis
  • 출처: MIT Technology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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