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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만능 해결사일까요? 지멘스가 제시하는 냉철한 한계선

Published Aug 10, 2026

우리는 지난 몇 년간 AI가 거의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는 산업계의 목소리에 익숙해져 왔습니다. 의료 진단부터 자율주행, 복잡한 데이터 분석까지, AI는 그야말로 미래를 이끌어갈 만능 엔진처럼 여겨졌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AI의 혁신적인 능력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개입이 필수적인 ‘넘지 못할 선’은 분명히 존재하지 않을까요? 오늘 이야기할 내용은 바로 그 한계선에 대한 것입니다. 특히, 공학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오랜 노하우를 가진 지멘스가 던지는 메시지는 인공지능의 활용에 대한 우리의 시야를 훨씬 더 현실적으로 넓혀줄 것입니다.

상상력을 1,000배 가속하는 AI의 힘: 설계 탐색의 혁명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의 비즈니스 리더인 샘 마할링감(Sam Mahalingam)의 발언은 AI가 가진 놀라운 잠재력과 동시에 그 냉철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지멘스의 Simcenter PhysicsAI 기술은 전통적인 시뮬레이션 방식으로는 단 몇 가지 설계 변형을 검토하는 시간에 무려 수천 가지의 디자인을 탐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멘스의 발표에 따르면, 그 속도는 최대 1,000배에 달한다고 하니, 엔지니어링 설계의 초기 단계에서 이 기술이 가져올 혁신은 실로 엄청나겠죠.

이러한 가속은 ‘서로게이트 모델(surrogate model)’이라는 메커니즘 덕분에 가능합니다. 이 모델은 과거의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결과를 예측합니다. 매번 물리학적 계산을 처음부터 다시 하는 대신, 학습된 지식을 바탕으로 결과를 ‘추정’하는 방식이죠. 덕분에 복잡한 계산이 몇 초 만에 완료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자동차 부품의 강성을 예측하거나, 특정 구조물의 변형 정도를 미리 파악하는 데 이 모델이 활용될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들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수많은 디자인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험해보고, 가장 유망한 방향을 찾아내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주목할 점은, AI가 단순히 기존 작업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과정을 보조하고 확장하는 도구로서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1,000배 빠른 탐색은 단순히 시간 단축을 넘어, 엔지니어가 더 많은 실험과 오류를 거쳐 최적의 해답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열어주는 것이죠. 이전에는 비용과 시간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던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이제는 더 쉽게 검증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인간이 필요한 이유: 안전과 신뢰의 영역

하지만 마할링감은 이러한 속도 혁명에도 불구하고, AI가 넘어서는 안 될 명확한 한계선을 제시합니다. 그는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Realize LIVE Asia-Pacific 행사에서 “이것이 안전에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한가요?”라는 질문에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했습니다. 그의 솔직한 답변은 지난 2년간 AI가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해온 업계의 흐름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그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십 년 동안 엔지니어들은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을 실제 물리적 테스트와 비교하며 상관관계를 높여 신뢰도를 쌓아왔습니다. 이제 AI는 바로 이 물리적 기준에 맞춰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마할링감은 “충분한 데이터가 있다면 물리 기반 솔버와 매우 가깝다”고 인정했지만, 지멘스 자체 사례 연구에서 나타나는 1%~3%의 오차는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부품을 인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The limits of physics AI: where Siemens says the human stays in charge

그렇다면 이 속도와 정확도의 간극은 어떻게 메워야 할까요? 마할링감은 AI를 ‘검증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검증에 앞서 놓이는 필터’로 정의합니다. 즉, 물리 AI 서로게이트 모델을 활용해 훨씬 더 많은 디자인 변형을 빠르게 탐색하고, 거기서 좋다고 판단되는 2~3개의 최종 후보 디자인을 선별하는 데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선별된 최종 후보들은 다시 완전한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상세 설계와 검증 과정을 거칩니다. 오직 이 과정을 통과해야만 제조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죠. 유명한 콘티넨탈(Continental) 에어백 사례 또한 초기 설계 탐색 단계에만 AI가 활용되었지, 최종 검증은 철저히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이루어졌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AI 기술의 본질적인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업계 흐름을 보면, 이처럼 AI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인간의 전문성을 결합하는 ‘휴먼-인-더-루프(Human-in-the-Loop)’ 방식은 특히 안전 민감 분야에서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AI는 탐색의 폭을 넓히고 초기 오류를 줄이는 데 탁월하지만, 최종적인 책임과 검증은 여전히 숙련된 엔지니어의 몫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입니다.

‘합성 데이터’의 딜레마와 AI의 안전장치

AI 모델의 학습 방식 또한 중요한 한계로 작용합니다. 지멘스의 주요 성과들, 예를 들어 마그나(Magna)나 콘티넨탈 사례의 상당수는 실제 측정 데이터가 아닌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로 훈련된 AI에 기반합니다. 이 합성 데이터는 지멘스 자체 솔버에서 생성된 시뮬레이션 결과값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AI가 오직 시뮬레이션에서만 학습한다면, 과연 그 AI가 학습한 시뮬레이션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을까요?

마할링감은 이러한 순환성(circularity)에 대해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마그나 사례에서는 고객이 지멘스의 설계 탐색 도구인 Simcenter HEEDS를 사용하여 광범위한 디자인 탐색을 수행했고, 느린 메시(mesh) 생성 단계를 건너뛰는 Simsolid 솔버를 사용하여 빠르게 변형을 해결했습니다. 이 시뮬레이션 결과가 다시 물리 AI 모델 훈련에 사용된 것이죠. 즉, 고객에게 초기 데이터가 없는 경우, 먼저 Simsolid와 HEEDS로 합성 데이터를 생성한 다음, 그 데이터를 활용하여 물리 AI 모델을 훈련시킨 것입니다. 이는 서로게이트 모델이 그 아래에 있는 시뮬레이션만큼만 우수하다는 제약 조건을 마할링감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함정’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모델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영역에서 예측하려 할 때 멈추게 하는 가드레일(guardrail)입니다. 특정 형태의 변형에 대해 훈련된 서로게이트 모델은 완전히 다른 형태를 예측하라고 요구받으면 실패하게 되며, 그렇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마할링감은 “우리는 가드레일을 설치해서 AI가 ‘이것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당신이 훈련시킨 것과 완전히 다른 형태입니다’라고 말하게 합니다”라고 설명하며, **“그래서 엔지니어가 스스로에게 해를 입히지 않도록 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가드레일은 AI의 오용을 막고, 예측의 신뢰성을 지켜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신뢰를 위한 솔직함: AI 시대의 새로운 접근법

마할링감의 이러한 솔직함은 단순한 자기 비하가 아닙니다. 이는 오히려 전략적인 포지셔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시뮬레이션 벤더들이 AI를 자사 포트폴리오에 접목하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구매자들이 그 어떤 수치도 믿지 않게 될 위험이 상존합니다. 지멘스는 AI의 한계, 즉 ‘탐색에는 안전하지만 최종 승인에는 부적합하다’, ‘데이터가 있으면 강력하지만 훈련 범위를 벗어나면 무용지물이다’와 같이 명확한 경계선을 설정함으로써, 엔지니어들이 오히려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알려주는 도구를 더 신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습니다.

이는 칩 설계 및 엔터프라이즈 AI 벤더들이 ‘자율성’을 약속하며 과장된 기대를 부풀렸던 것과는 다른 접근 방식입니다. 충돌 구조나 제트 엔진을 모델링하는 고객을 가진 회사는, 오히려 인간의 검증 단계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는 AI에 대한 유보적인 태도가 아니라, AI가 진정으로 속해야 할 곳에 대한 더 명확한 시각을 보여줍니다. 즉, AI는 탐색의 폭을 넓히는 빠르고 첫 번째 통과 수단이지만, 무엇이든 정확해야 하는 최종 결정은 여전히 물리 기반 솔버가 쥐고 있다는 것이죠.

시장에서 흔히 듣던 주장보다는 좁지만, 훨씬 더 견고하고 지속 가능한 주장입니다. 지멘스는 1,000배의 속도를 판매하지만, 엔지니어들에게 제공하는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바로 그 주변의 ‘경계’입니다. AI가 모든 것을 대체할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AI를 강력한 보조 도구로 활용하고 인간의 전문성을 핵심에 두는 이러한 접근 방식은 미래 엔지니어링의 표준이 될지도 모릅니다.


출처

  • 원문 제목: The limits of physics AI: where Siemens says the human stays in charge
  • 출처: AI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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