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그림자가 드리운 IBM: 메인프레임, 이번에도 살아남을까?
Published Jul 23, 2026
“실적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IBM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Arvind Krishna)는 지난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솔직하게 고백했습니다. 무려 115년 역사를 자랑하는 거대 기술 기업 IBM이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최악의 성적표를 미리 공개한 것은 전례 없는 일입니다. 이 경고와 함께 IBM 주가는 하루 만에 25%나 폭락하며 사상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지난 6년간 크리슈나 CEO의 리더십 아래 AI 데이터센터 붐에 힘입어 승승장구하던 IBM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충격적인 소식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IBM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실적 발표에 따르면, IBM은 여전히 분기에 172억 달러의 매출, 99억 달러의 총이익, 거의 58%에 달하는 마진, 그리고 22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엄청난 현금을 벌어들이는 기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의 기대를 훨씬 밑도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부진의 주범은 바로 IBM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자 핵심 인프라 사업의 근간인 메인프레임(mainframe) 비즈니스가 무려 42%나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것은 단순한 하드웨어 판매 부진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짐 카바노프(Jim Kavanaugh) CFO가 투자자 컨퍼런스 콜에서 설명했듯이, IBM은 메인프레임 하드웨어 1달러를 팔 때마다 소프트웨어 매출로 3달러를 벌어들입니다. 즉, 메인프레임 판매가 줄어들면 연쇄적으로 막대한 소프트웨어 매출까지 타격을 입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이번 분기 실적 부진이 연간 성장률 전망치 하향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릅니다. IBM의 핵심 사업이자 안정적인 수익원이 흔들린다는 것은 업계 전체에 던지는 파장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AI, 양날의 검이 되다? 🤯
크리슈나 CEO와 카바노프 CFO는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현상이며 곧 회복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분기에 새로운 메인프레임을 구매할 예정이었던 “수십(tens)” 곳의 고객들이 구매를 미뤘다고 합니다. ‘수십’이라는 숫자가 그리 많게 들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메인프레임 시스템은 한 대당 수십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에 달하며, 여기에 유지보수 계약과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까지 더하면 수백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고가 장비입니다. 이 고객들이 일시적으로 구매를 보류한 것만으로도 IBM의 재무 실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메인프레임 사업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왜 고객들은 메인프레임 구매를 미뤘을까요? 놀랍게도 그 원인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IBM의 주가를 끌어올렸던 AI 붐 때문이라고 합니다. 크리슈나 CEO는 고객들이 새로운 메인프레임을 구매하는 대신, 다른 하드웨어 구매에 예산을 돌렸다고 설명했습니다. AI 구축 붐으로 인해 데이터센터 장비와 PC 등 다른 IT 하드웨어의 가격이 15~30% 폭등하면서,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예산을 이쪽으로 재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Dell, HP 같은 다른 기업용 하드웨어 제조사들도 AI 인프라 확장에 필요한 메모리 같은 핵심 부품 비용 상승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경고했으며, 애플 또한 비슷한 상황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주목할 점은, 고객들이 메인프레임 자체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IBM의 주장입니다. 오히려 AI 인프라 투자라는 새로운 거대한 물결 앞에서 일시적으로 예산을 재배정했을 뿐이라는 것이죠. 이는 메인프레임이 가진 여전한 중요성, 즉 미션 크리티컬한 워크로드 처리 능력, 탁월한 보안성, 대규모 트랜잭션 처리 능력 등은 아직 대체 불가능한 영역으로 남아있다는 반증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고객들이 메인프레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면 아예 다른 대안을 찾아 나섰을 테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아무리 견고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AI와 같은 거대한 기술 트렌드가 불러오는 간접적인 비용 압박과 예산 재조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메인프레임의 불멸 신화, 이번에도 통할까? ⏳
크리슈나 CEO는 “우리는 고객들이 메인프레임에서 이탈한다는 어떤 증거도 보지 못했다”고 강조하며, 이 고객들이 결국 새로운 메인프레임을 구매하게 될 것이고, 심지어 일부는 이미 이번 분기에 구매를 시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번 실적 부진은 잠시 예산이 AI 관련 장비로 이동했을 뿐, 메인프레임의 본질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사실 기술 업계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메인프레임의 종말을 예견해 왔습니다. 오픈 시스템, 클라우드 컴퓨팅 등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이 등장할 때마다 메인프레임은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되었죠. 하지만 놀랍게도 매번 이런 예상을 비웃듯 메인프레임은 생존해 왔습니다. 금융, 보험, 항공 등 핵심 기간 산업에서는 여전히 메인프레임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높은 안정성과 보안성으로 인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AI조차도 메인프레임을 죽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다시 한번 힘을 얻는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IBM의 강한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AI 붐이 특정 부품의 가격을 폭등시키고, 이것이 다른 IT 예산에까지 영향을 미쳐 메인프레임 같은 핵심 인프라 투자마저 지연시키는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는 점은 업계의 복잡한 상호 연결성을 보여줍니다. 메인프레임의 “불멸 신화”가 계속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제는 단순히 기술적 우수성뿐만 아니라, AI가 주도하는 거시적인 예산 재분배라는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하게 된 셈입니다. 기업들이 AI 투자를 확대하는 와중에 과연 메인프레임 구매를 마냥 미룰 수만은 없을 겁니다. 언젠가는 필수적으로 교체해야 할 시점이 올 테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지연이 반복될 경우, 장기적으로 IBM의 메인프레임 비즈니스 모델에 어떤 영향을 미 미칠지는 좀 더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IBM은 이번에도 AI의 그림자 속에서 메인프레임의 생존력을 증명해낼 수 있을까요? 아니면 AI가 메인프레임의 오랜 신화에 균열을 내는 시작점이 될까요? 우리는 그 답을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출처
- 원문 제목: After shocking quarter, IBM insists that AI isn’t killing the mainframe
- 출처: AI News & Artificial Intelligence | TechCrunch
- 원문 기사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