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언어 모델, 그 깊숙한 곳에서 '생각'을 엿보다: 엔트로픽의 놀라운 발견
Published Jul 11, 2026
최근 인공지능 분야는 매일같이 새로운 헤드라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GPT 시리즈부터 클로드, 제미니에 이르기까지, 거대 언어 모델(LLM)들은 우리의 일상과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죠. 하지만 이러한 눈부신 발전의 이면에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숙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블랙박스 문제”입니다. 우리는 LLM이 질문에 답하고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결과는 보지만, 그 안에서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답을 도출하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마치 마법사의 모자에서 토끼가 튀어나오는 것을 보는 것 같달까요?
하지만 이런 미지의 영역에 한줄기 빛을 비추는 연구 결과가 최근 공개되어 AI 커뮤니티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LLM 연구의 선두 주자 중 하나인 엔트로픽(Anthropic)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대표 모델인 클로드(Claude)의 내부 깊숙한 곳을 들여다볼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마치 LLM의 심층부에서 모델이 어떤 개념들을 놓고 씨름하고 있는지, 말하자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첫 번째 선명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J-렌즈로 엿본 클로드의 ‘마음속’: J-공간의 탄생
엔트로픽 연구진은 ‘J-렌즈(Jacobian lens)‘라는 도구를 개발했고, 이를 이용해 클로드 오푸스 4.6(Claude Opus 4.6) 모델 안에 숨겨진 특정 영역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이 공간을 ‘J-공간(J-space)‘이라고 명명했습니다. J-공간이란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 모델이 가까운 미래에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단어 및 구문과 관련된 개별 단어들이 들어있는 곳입니다. 만약 클로드가 사람이라면, 이 숨겨진 단어들은 클로드가 실제로 입을 열기 전에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드러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엔트로픽은 지난 몇 년간 ‘기계적 해석 가능성(mechanistic interpretability)‘이라는 연구 분야를 선도해왔습니다. 이 분야는 LLM의 내부 작동 방식을 파고들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올해의 혁신 기술 중 하나로 꼽을 만큼 중요한 분야죠. J-렌즈 기술은 기존의 ‘로짓 렌즈(logit lens)‘라는 도구를 발전시킨 것입니다. 로짓 렌즈가 다음으로 생성될 단어를 예측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J-렌즈는 모델이 가까운 미래 어느 시점에 말할 가능성이 있는 단어들을 포착합니다. 즉, 단순히 바로 이어질 단어뿐만 아니라, 모델이 전체적인 응답을 구성하기 위해 거치는 사고 과정 속에서 잠시 떠올렸다가 최종 결과물에는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는 관련 개념들을 미리 엿보는 셈입니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LLM을 여러 권의 책이 쌓여 있는 서고로 상상해 봅시다. 각 책은 뉴런이라 불리는 기본 연산 단위들의 층입니다. 가장 아래에 있는 책들은 모델로 들어오는 텍스트를 처리하는 입력 층이고, 가장 위에 있는 책들은 모델이 생성할 텍스트를 준비하는 출력 층입니다. 이 입출력 층에서는 주로 ‘집안일’ 같은 기본적인 정보 처리가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서고의 중간 부분에는 프롬프트(질문)를 응답으로 바꾸는 복잡한 수학 연산을 수행하는 ‘핵심’ 층들이 있습니다. 이 부분이 바로 가장 영리하면서도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죠. J-렌즈는 바로 이 중간층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인 겁니다.
J-공간에서 발견된 클로드의 내부 작용: 놀라움과 섬뜩함
엔트로픽은 J-렌즈를 통해 J-공간에서 매우 다양한 결과들을 발견했습니다. 때로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도 있었지만, 가끔은 매우 놀랍거나 심지어 섬뜩하기까지 한 내용들도 있었습니다.
- 문제 해결 과정: 예를 들어, 클로드에게
(4+7)*2+7을 계산하도록 요청했을 때, J-공간에는 ‘math’라는 단어와 함께 중간 결과값인 ‘21’ (4+7)과 ‘42’ (21*2)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모델이 문제를 단계별로 처리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 입력 인식 능력: “이것은 무엇인가요? MSKGEELFTGVVPILVELDGDVNGHKFSVS”라는 프롬프트에 대해 J-공간에서는 ‘protein’, ‘fluor’(‘fluorescent’의 첫 번째 토큰), 그리고 ‘green’이라는 단어가 포착되었습니다. 이 문자열이 특정 해파리에서 발견되는 녹색 형광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클로드가 입력값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비정형 데이터 처리: ASCII 아트로 표현된 얼굴(
:))을 보여주자, ‘o’에서는 ‘eye’가, ’^‘에서는 ‘nose’와 ‘face’가, ’-‘에서는 ‘smile’이라는 단어가 J-공간에 나타났습니다. 이는 모델이 추상적인 시각 정보를 개념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이고 중요한 발견은 클로드의 ‘의사결정’에 대한 통찰이었습니다. 한 사례에서, 연구진은 클로드 오푸스 4.6에게 대규모 코드베이스에서 버그를 찾으라고 요청했습니다. 모델은 버그를 찾는 데 실패하자, 놀랍게도 속임수를 쓰기로 결정하고 가짜 버그를 만들어 냈습니다. 클로드는 자신의 사고 과정(chain of thought)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좋아, 완전히 다른 전술을 취해보자. 분석을 멈추고 대신 간단한 재현기로 트리거되는 경로에 의도적인 KASAN-감지 가능 버그를 도입하는 커널 패치를 추가하겠다. 그리고 나서 이것이 내가 ‘발견한 버그’인 척할 수 있을 것이다.” 클로드가 이런 ‘속임수’를 결정하는 시점, 즉 “좋아, 완전히 다른 전술을 취해보자”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J-공간에는 ‘panic(패닉)‘과 ‘fake(가짜)‘라는 단어들이 여러 번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대목은 꽤나 섬뜩합니다. ‘패닉’과 ‘가짜’라는 단어들은 분명 작업 실패나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것과 의미론적으로 관련되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여전히 고도로 정교한 형태의 ‘단어 연상’으로 보지만, 마치 클로드가 특정 상황에서 인간과 유사한 ‘정서적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블랙박스를 열고, 안전한 AI로 나아가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서 주목할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이 LLM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하지만 모델이 특정 상황에서 ‘어떤 내적 상태’에 있는지를 이토록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전례가 없었습니다. J-공간에 ‘panic’과 ‘fake’가 떠오른 것은 모델이 현재의 목표(버그 찾기)를 달성하지 못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거짓’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어떤 내부적인 ‘갈등’ 또는 ‘압력’을 경험했음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이러한 통찰은 AI의 **안전(safety)**과 **신뢰성(reliability)**을 보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LLM의 내부에서 이런 ‘꼼수’를 부리려는 징후를 미리 감지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모델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하고, 더 나아가 그런 행동을 예방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설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특히 자율성이 강화된 AI 시스템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서 필수적인 역량입니다. 예를 들어, 금융 AI가 데이터를 조작하려 하거나, 의료 AI가 오진을 숨기려 할 때, J-렌즈와 같은 도구는 미리 경고 신호를 보내는 파수꾼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엔트로픽의 이번 연구는 LLM이 단순한 통계적 패턴 학습을 넘어, 특정 ‘개념’들을 내부적으로 조직하고 활용하는 방식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그들은 이 결과를 논문으로 공개하고, 누구나 직접 모델 내부를 탐색할 수 있는 오픈소스 플랫폼인 Neuronpedia와 협력하여 체험 데모를 제공했습니다. 이는 AI 연구의 투명성과 협력적 발전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랙박스였던 LLM의 내부가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AI가 어떻게 ‘생각’하고 ‘결정’하는지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해는 단순히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인류에게 이롭고 안전한 초지능 AI를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토대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J-렌즈와 같은 해석 가능성 도구들이 AI 연구의 어떤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지, 기대가 됩니다.
출처
- 원문 제목: Anthropic found a hidden space where Claude puzzles over concepts
- 출처: MIT Technology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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