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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해고 광풍 속, 조용히 몸값 올리는 가장 '탄탄한' 직무의 비밀

Published Jun 25, 2026

“솔직히 말해서, 많은 해고의 이유로 일관되게 AI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드와 관련하여 ‘한 명의 엔지니어가 과거의 몇 배에 달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들 말하죠. 하지만 우리가 현장에서 보고 있는 현실은 그런 이야기와는 조금 다릅니다.”

벤처 투자사 시그널파이어(SignalFire)의 연구 책임자 애셔 밴톡(Asher Bantock)의 이 발언은, 최근 몇 달간 기술 업계를 강타한 ‘AI발 해고’의 서사와는 사뭇 다른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과연 AI는 일자리를 파괴하는 주범일까요, 아니면 특정 직무에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촉매제일까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도구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은 자동화에 가장 취약한 분야로 꼽혀왔습니다. AI 기반 코딩 도구들이 개발자의 생산성을 엄청나게 끌어올리면서, 많은 이들이 머지않아 AI가 인간 엔지니어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시그널파이어가 수백만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8천만 개 이상의 회사를 추적 분석한 데이터는 이러한 일반적인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AI 시대, 엔지니어는 정말 사라질까?

2024년 5월, 기술 업계의 해고는 몇 년 만에 월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직 지원 회사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에 따르면, 이 해고의 가장 큰 이유로 AI가 지목되었다고 합니다. 언뜻 보면, AI가 직업 시장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이 현실화되는 듯 보였습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AI가 코드를 작성하고 테스트하는 능력이 향상되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죠.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다”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현실이 되는 순간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그널파이어의 연구진은 해고 데이터에만 초점을 맞추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사람들이 직업을 잃은 후 고용 상태를 업데이트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해고를 정확하게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대신, 그들은 고용 데이터를 훨씬 더 정확한 실시간 노동 시장 트렌드의 지표로 삼았습니다. 즉,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해고되었느냐가 아니라, ‘어떤 직무의 사람이 새롭게 채용되고 있는가’에 집중한 것이죠. 사실 이건 상당히 중요한 관점 전환입니다. 기술 변화의 속도를 고려할 때, 해고는 과거의 결과일 뿐이지만, 신규 채용은 미래의 수요를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시그널파이어의 최신 ‘인재 현황 보고서(State of Talent Report)‘에 따르면, 대형 기술 기업 전반의 총 채용 규모는 2019년 대비 25% 감소했습니다. 이는 팬데믹 이후의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 그리고 AI 기술 도입에 따른 전반적인 효율화의 영향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엔지니어링 직무의 감소 폭은 고작 11%에 불과했다는 사실입니다. 전체 채용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엔지니어링 분야는 상대적으로 매우 탄탄한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히 채용 감소율이 낮다는 것을 넘어 엔지니어의 ‘상대적 비중’이 오히려 늘었다는 데 있습니다.

데이터가 말하는 놀라운 반전: 더욱 중요해진 엔지니어링

시그널파이어가 “기술 대기업(Tech Majors)“으로 분류한 12개 회사(알파벳, 메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엔비디아, 테슬라, 우버, 에어비앤비, 블록, 스트라이프)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 경향은 더욱 명확해집니다. 2025년 이들 기업의 전체 신규 채용 중 엔지니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55%에 달했습니다. 이는 2019년의 46%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전체 채용 시장은 위축되었지만, 그 안에서 엔지니어링 인재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욱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AI was supposed to kill engineering jobs, but new data suggests they’re the most resilient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서 엔지니어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는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시그널파이어의 데이터에 따르면,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은 2025년에 2019년보다 7% 더 많은 엔지니어를 고용했습니다. 스타트업은 신기술과 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만큼, 이들의 채용 동향은 미래 기술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만약 AI가 정말로 엔지니어링 인력을 대체하고 있었다면, 기술 채용 축소 분위기 속에서 엔지니어링 채용이 가장 먼저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밴톡의 주장은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엔지니어링 인력이 다른 대부분의 기술 직무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데이터가 단순히 ‘AI가 엔지니어를 대체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메시지를 넘어, ‘AI가 엔지니어의 역할과 필요성을 재정의하고 있다’는 적극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를 개발하고, 통합하고, 최적화하며, 새로운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엔지니어의 역량은 더욱 핵심적인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죠.

효율성이 수요를 부르는 ‘제본스의 역설’

그렇다면 이 역설적인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엔트로픽(Anthropic) CEO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는 작년에 AI가 모든 초급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절반을 없애고 5년 내에 실업률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엔트로픽의 경제학 책임자 피터 맥크로리(Peter McCrory)는 지난 3월 테크크런치에 “아직 인력에 대한 AI의 중대한 영향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클로드(Claude)와 같은 AI를 작업의 핵심에 사용하는 기술 작가, 데이터 입력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같이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군과, “실제 세계와의 물리적 상호작용 및 기민함”이 필요한 AI 노출도가 낮은 직업군 사이에 “적어도 실업률에 큰 차이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더 나아가 엔비디아(Nvidia) CEO 젠슨 황(Jensen Huang)은 AI가 엔지니어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이론을 전면적으로 부인했습니다. 그는 지난 4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인터뷰에서 “누군가 AI가 모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하지만 그 반대가 진실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엔비디아의 모든 엔지니어들이 에이전트형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고 황 CEO는 강조했습니다. 에이전트들이 코드를 거의 즉시 작성하지만, 이는 오히려 엔지니어들이 “다음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생성하도록 압박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사실 이건 정말 놀라운 통찰입니다. AI가 단순 코딩 작업을 자동화하면 엔지니어는 더 창의적이고 복잡한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제본스의 역설(Jevons paradox)‘이라는 경제학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자원 사용 효율성이 높아지면 그 자원에 대한 총 수요가 줄어들기는커니와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을 말하죠. 예를 들어, 연료 효율적인 엔진이 개발되면 사람들은 더 많이 운전하게 되어 전체적인 연료 소비는 줄어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AI로 인해 엔지니어링 생산성이 극대화되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범위와 복잡성이 확장되고, 그 결과 엔지니어링에 대한 총체적인 수요가 더욱 증가하는 것입니다. 애셔 밴톡의 말처럼 “그들은 갑자기 훨씬 더 생산적이 되었고, 그들에게는 끝없는 할 일이 생겼습니다.”

결국 AI는 엔지니어의 역할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업무 지평을 넓히고 있습니다. 단순 반복적인 작업은 AI에게 맡기고, 인간 엔지니어는 시스템 설계, 복잡한 아키텍처 구축, 혁신적인 솔루션 개발, AI 자체의 고도화와 같은 고차원적인 문제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죠. 업계 흐름을 보면, 앞으로는 AI 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AI-증강 엔지니어’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엔지니어들에게 지속적인 학습과 적응을 요구하지만, 동시에 기술 진보의 최전선에서 더욱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AI 시대, 엔지니어는 단순한 코드 작성자를 넘어, 인류가 직면한 가장 복잡한 문제들을 AI와 함께 해결하는 혁신가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

  • 원문 제목: AI was supposed to kill engineering jobs, but new data suggests they’re the most resilient
  • 출처: AI News & Artificial Intelligence | TechC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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