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VC 없이 5억 달러 투자? 저스틴 어니스트의 '반칙 없는' 현장 보고서
Published Jun 10, 2026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격변의 연속이었습니다. 특히 AI와 딥테크 분야는 기술 발전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며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죠. 실리콘밸리는 물론, 전 세계의 자본이 이 혁신적인 물결에 올라타기 위해 뜨겁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투자 시장의 이면에는 항상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존재해왔습니다. 바로, 유망한 스타트업, 특히 이미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후기 단계의 기업들에 투자하고 싶어도 문턱이 너무 높아 접근조차 어려운 소규모 기관 투자자나 패밀리 오피스들의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핫’한 스타트업 투자 기회는 소수의 거대 벤처캐피탈(VC)이나 기관투자자들에게 집중되기 마련입니다. 이들은 오랜 시간 쌓아온 네트워크와 막대한 자금력으로 시장을 선점하곤 하죠. 반면, 자금력은 충분하지만 상대적으로 네트워크나 접근성이 부족한 투자자들은 그림의 떡만 바라보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인 VC 펀드 설립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펀드매니저가 펀드를 조성하는 데만 보통 12개월에서 18개월 이상이 소요되며, 이 기간 동안 시장의 흐름과 투자 기회를 놓칠 위험이 크죠. 게다가 기존의 거대 VC들과 경쟁해서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거대한 틈새를 정확히 꿰뚫어 본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사베르투스 캐피탈(Sabertooth Capital)의 설립자, 저스틴 어니스트(Justin Ernest)입니다. 그는 전통적인 벤처 펀드의 틀을 깨고,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지난 1년간 무려 5억 달러에 육박하는 자금을 10개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가 제시하는 접근 방식은 현 시대의 투자 시장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미래 벤처 캐피탈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매우 큽니다.
‘신속함’과 ‘유연함’의 무기, SPV로 시장을 장악하다
저스틴 어니스트가 선택한 길은 바로 **SPV(Special Purpose Vehicle, 특수목적법인)**를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전통적인 펀드를 설립하고 LP(Limited Partner, 유한책임투자자) 모집에 시간을 쏟는 대신, 그는 자신의 강력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고성장 후기 단계 기업들의 주식 할당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이 개별적인 투자 기회를 약 30여 개의 소규모 기관 투자자들에게 단일 딜 펀드 역할을 하는 SPV 형태로 제공했습니다. 이 방식은 각 딜을 독립적인 펀드처럼 취급하여, 투자자들이 해당 SPV의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특정 스타트업의 주식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구조입니다.
지난 12개월 동안 사베르투스 캐피탈은 앤트로픽(Anthropic), 안두릴(Anduril), 데이터브릭스(Databricks), 프사이퀀텀(PsiQuantum), 스페이스X(SpaceX) 등 총 10개 회사에 약 5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그가 투자한 금액은 건당 최소 1,000만 달러에서 최대 2억 7,500만 달러에 이르며, 이는 단순한 소액 투자를 넘어 각 기업의 공식 펀딩 라운드에 상당한 규모로 참여했음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SPV 모델이 단순히 전통 VC 펀드 조성이 어려운 신규 매니저들을 위한 차선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빠르게 변화하는 스타트업 시장의 속도에 맞춰, 특정 투자 기회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패밀리 오피스나 작은 기관 투자자들은 전통적인 펀드를 통해 투자할 경우, 특정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결정을 직접 내리기 어렵거나, 펀드 전체의 포트폴리오에 따라 투자가 희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SPV를 통하면 자신이 원하는 특정 기업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어 의사 결정의 민첩성과 투자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투자 접근성의 ‘민주화’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특정 기술 섹터나 기업에 대한 투자 열망이 강한 LP들에게는 이보다 더 매력적인 대안은 없을 겁니다.
‘신뢰’와 ‘연결’이 만든 성공의 연쇄 반응
하지만 SPV 시장이 항상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규모 할당과 SPV를 통한 투자를 표방하며 가족 오피스들을 유혹하는 과정에서 불투명하거나 때로는 ‘수상한’ 거래들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시장 환경 속에서 저스틴 어니스트가 막대한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바로 그가 쌓아온 견고한 평판과 깊은 신뢰에 있습니다.
그의 투자자 중 한 명인 50여 명의 개인 자산을 관리하는 패밀리 오피스의 CIO 벤자민 와그너는 어니스트를 “진정한 투자자”라고 칭하며, 그의 “판단력, 전문성, 그리고 기술적인 지식”이 단순히 자본을 모으려는 다른 조직들과 자신을 구별 짓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와그너가 양자 컴퓨팅 스타트업 프사이퀀텀(PsiQuantum)에 직접 투자하려 했을 때, 심지어 이 회사의 CFO는 사베르투스 캐피탈을 통해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기업 내부에서 직접 그를 검증하고 신뢰한다는 것은 외부 투자자들에게는 엄청난 안심 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최근 앤트로픽이나 안두릴 같은 스타트업들이 무허가 SPV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추세임을 고려할 때, 기업들이 직접 검증하고 존중하는 투자자를 통해 자금을 맡긴다는 것은 LP들에게 큰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어니스트의 이러한 명성과 신뢰는 그의 깊이 있는 배경에서 비롯됩니다. 그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했으며, 딥테크 투자와 펀드레이징을 주도하며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Playground Global)에서 5년 이상을 보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 언어 장애를 극복하며 의사소통 기술을 갈고닦았던 경험은 그의 강점으로 작용했습니다. 그 스스로도 자신의 “초능력은 네트워크의 핵이 되는 것”이며, 이를 매우 전략적인 방식으로 활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강력한 네트워크 덕분에 그는 탐나는 기술 기업들의 자금 조달 시기에 주식 할당을 확보할 수 있었고, ‘확보된 LP 그룹(captive set of LPs)‘을 통해 새로운 SPV를 위한 자본을 빠르면 4~5통의 전화만으로 신속하게 조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SPV를 넘어, 미래 VC 모델의 진화를 꿈꾸다
저스틴 어니스트는 현재로서는 전용 LP 기반을 바탕으로 특정 기업을 위한 펀드 조달 사업을 계속 성장시키고자 합니다. 하지만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언젠가 전통적인 벤처 펀드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그는 이러한 일회성 SPV를 통한 사베르투스의 강력한 수익률이 그의 트랙 레코드를 증명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새로운 펀드를 지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트랙 레코드입니다.
그의 이러한 소망은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베르투스는 이미 칩 제조업체 그록(Groq)에 대한 투자에서 큰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그록은 지난해 말 엔비디아에 200억 달러 규모로 라이선싱 계약 및 인수합병(Acqui-hired)되었습니다. 또한, 이번 주 금요일로 예정된 스페이스X의 대망의 IPO와 올해 말 예상되는 앤트로픽의 상장은 그의 투자자들에게 훨씬 더 큰 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솔직히 말해서, SPV는 전통적인 VC 펀드만큼의 ‘길거리 신뢰(street cred)‘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펀드의 규모나 역사, LP 구성 등에서 오는 안정감과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니스트는 전통적인 신흥 벤처 펀드를 설립하고 치열한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SPV를 통해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가족 오피스들과의 견고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올바른 전략적 움직임이었다고 확신합니다. 그는 “액션의 한가운데 있고 싶었다”며, 지금이 “우리 생애 최고의 빈티지(투자 시기)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개인적으로 저스틴 어니스트의 사례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를 넘어, 빠르게 진화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속에서 벤처 캐피탈 모델 자체가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고 봅니다. 전통 VC 모델이 여전히 강력하지만,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민첩한 SPV 모델은 특정 니즈를 가진 LP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자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의 방식은 미래 벤처 캐피탈의 새로운 프로토타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네요. 혁신은 비단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자본이 흐르는 방식 또한 끊임없이 혁신되어야 함을 저스틴 어니스트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출처
- 원문 제목: How Justin Ernest invested nearly $500M into hot startups without a traditional VC fund
- 출처: AI News & Artificial Intelligence | TechC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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