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규제, 일리노이주가 새 장을 열다: 빅테크는 왜 이 법을 지지했을까?
Published Jun 1, 2026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는 그야말로 눈부십니다. GPT-4, 클로드 3 등 거대 언어 모델(LLM)이 우리의 일상과 산업 전반을 뒤흔들면서, AI의 잠재력만큼이나 그 위험성에 대한 논의도 뜨겁습니다. 단순히 편의성을 넘어, 사회 전반에 미칠 수 있는 **거대 AI 모델(frontier AI models)**의 잠재적 위험은 이미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었죠. 유럽연합(EU)은 AI Act를 통해 선제적으로 규제의 틀을 마련했고, 영국이나 다른 국가들도 나름의 접근 방식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어땠을까요? 솔직히 말해서, 미국 연방 정부 차원에서는 아직 뚜렷한 AI 규제 로드맵이 제시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혁신을 저해할까 우려하는 목소리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면서, 실질적인 법안 통과는 요원해 보였죠.
바로 이런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연방 정부의 공백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던 한 주(州)가 과감하게 첫발을 내디딘 것입니다.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혁신 저해 우려로 연방 정부의 핵심 AI 모델 심사 계획을 갑작스럽게 취소했습니다. 이 결정이 있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미국의 한 주가 국가에서 가장 강력한 AI 안전법을 통과시키며 판도를 뒤집었습니다. 바로 일리노이주 이야기입니다. 지난 수요일(현지 시각), 일리노이 주의회는 **상원 법안 315호(SB 315)**를 가결했습니다. 만약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가 이 법안에 서명한다면, 이는 AI 규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SB 315는 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간단히 말해, 이 법안은 가장 큰 AI 기업들에게 다음과 같은 의무를 부과합니다.
- 공개 안전 계획 제출: AI 기업들은 대중에게 공개될 수 있는 안전 계획을 제출해야 합니다. 이는 기업들이 어떤 안전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의미입니다.
- 독립적인 제3자 안전성 테스트 및 연간 보고: 핵심 AI 모델(frontier models)에 대해 독립적인 제3자가 안전성 테스트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요약한 연간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기업이 스스로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을 넘어, 객관적인 검증을 받도록 한 것이죠.
- 중요 안전 사고 보고: 사망이나 심각한 신체적 해를 초래할 수 있는 임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 24시간 이내, 그 외 중요한 안전 사고는 72시간 이내에 주정부에 보고해야 합니다. 신속한 정보 공유를 통해 잠재적 위험에 대비하려는 조치로 보입니다.
- 내부 고발자 보호: 기업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위험을 보고하려는 직원들을 위해 주정부의 내부 고발자 보호법에 따른 명확한 보호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이 법안에 서명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는 “일리노이가 빅테크 기업에 책임을 묻는 데 국가를 선도하고 있다”고 선언하며, “SB 315에 서명하고 의회와 협력하여 AI가 사용될 때 책임감 있게 사용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발언은 일리노이주가 단순히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넘어, AI 기술의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용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의외의 지지, 그 속내는? 🤔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이라는 두 거대 AI 기업이 SB 315를 지지했다는 점입니다. 이들의 모델은 일리노이주의 심사를 받게 될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왜 지지했을까요?
오픈AI의 글로벌 업무 책임자인 크리스 레한(Chris Lehane)은 Wired와의 인터뷰에서, 오픈AI가 다른 주에서도 유사한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여러 주에서 제각기 다른, 뒤죽박죽인 법규(patchwork of starkly different state laws)를 준수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연방 차원의 통일된 규제가 없다면, 기업들은 각 주마다 다른 요구사항에 맞춰야 하는 번거로움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지금 일리노이와 같은 ‘합리적인’ 수준의 규제를 여러 주에 걸쳐 확산시키는 것이, 나중에 훨씬 더 복잡하고 강력한 규제에 직면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죠.
앤트로픽의 주 및 지방 정부 관계 책임자인 시저 페르난데스(Cesar Fernandez)는 NBC News에 이 법안의 요구사항들이 선도적인 AI 기업들이 이미 자발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안전성 테스트 프로토콜과 “유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한 이 획기적인 법안이 “모든 선도적인 AI 개발자가 충족해야 할 **기준선(baseline)**을 설정하는 데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두 거대 기업의 지지는 여러 가지를 시사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안전과 책임감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필자의 분석입니다. 이 부분에서 주목할 점은, 이들이 쉽게 충족할 수 있는 요구사항을 통해 규제 장벽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오픈AI나 앤트로픽과 같은 대기업들은 이미 막대한 자원과 인력을 투입하여 자체적인 안전성 테스트와 위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SB 315가 요구하는 수준의 공시와 제3자 감사, 사고 보고는 이들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법적 요구사항이 없었을 때 “AI 기업들이 숙제를 스스로 채점하는 상황(grade their own homework)“이었다는 Secure AI Project의 정책 책임자 스콧 위저(Scott Wisor)의 지적처럼, 공신력을 얻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나 중소 AI 기업들에게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독립적인 제3자 안전성 테스트를 의뢰하고, 복잡한 보고서를 작성하며, 내부 고발자 보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상당한 비용과 시간, 그리고 전문성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법안은 대기업들에게는 ‘합격선’을 넘는 것이지만, 신생 기업들에게는 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여 경쟁 구도를 고착화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거대 기업들의 ‘선의’를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규제가 혁신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늘 따르지만, 특정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연방 정부의 공백, 그리고 주(州)들의 역할
일리노이주의 움직임은 미국 연방 정부의 AI 규제 공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AI 산업의 이익 증진을 우선시했지만, 앤트로픽의 ‘미토스(Mythos)’ 모델 출시 후 안전성 우려로 접근이 제한되면서 연방 정부 차원의 안전성 테스트 확대를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연방 정부의 힘으로 최첨단 AI 모델을 검증하려던 계획은 취소되고 말았죠.
법안 발의자인 민주당 대니얼 디덱(Daniel Didech) 하원의원은 NBC News와의 인터뷰에서 이 법안이 “최악의 재앙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guardrails)과 안전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설계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주들이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이러한 유형의 재앙적 위험을 규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방 차원의 접근 방식”이라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의회가 아직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고, 기술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주들은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의 발언은 연방 정부의 무대응이 주 정부로 하여금 독자적인 행동에 나서게 만들었음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은 존재합니다. 챔버 오브 프로그레스(Chamber of Progress)의 CEO이자 구글, 애플 등을 회원사로 둔 애덤 코바세비치(Adam Kovacevich)는 Wired에 일리노이의 요구사항이 “기업들이 민감한 시스템을 검증되지 않은 감사인에게 노출시키도록 강요할 것이며, 이는 책임만 있고 표준은 없는 규제 체제”라고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최첨단 AI 모델을 감사할 전문성이 연방 정부에도 부족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던 만큼, 독립 감사인들이 과연 그 전문성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일리가 있습니다.
필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우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AI 기술의 복잡성과 급변하는 특성을 고려할 때, 단순히 ‘외부 감사’라는 전통적인 방식만으로 모든 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업계 흐름을 보면, 기술 자체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제대로 된 감사도, 의미 있는 규제도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리노이주는 아마도 딜로이트, EY, KPMG, PwC와 같은 이른바 “빅 4” 회계 및 감사 법인에 의존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AI 모델의 깊은 기술적, 윤리적 위험까지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는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입니다.
혁신과 안전의 균형, 그 미래는?
투명성 연합(Transparency Coalition)의 수석 정책 및 기술 고문인 스티브 위머(Steve Wimmer)는 이 법안을 “2026년 가장 중요한 입법 중 하나”로 평가했습니다. 법안의 공동 발의자인 민주당 메리 에들리-앨런(Mary Edly-Allen) 상원의원은 이러한 법안이 혁신을 방해할 것이라는 주장에 반박하며, “최소한의 안전망을 마련”하여 AI가 “선(善)을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녀는 일리노이주가 이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재앙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책임감 있는 혁신의 로드맵”을 만들고 있으며, AI의 폭발적인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아니라고 역설했습니다.
“상원 법안 315호는 혁신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AI의 엄청난 가능성과 잠재적 해악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그녀의 이 말은 이번 법안의 핵심 가치를 보여줍니다. 디덱 의원 또한 일리노이 법이 미래 연방 정부 AI 거버넌스의 “테스트 베드(testing ground)“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법안은 프리츠커 주지사가 서명하면 2027년 1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입니다. 시민들이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적 소권은 없지만, 위반 시 민사상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일리노이주의 이번 움직임은 단지 한 주의 법안 통과를 넘어섭니다. 이는 연방 정부의 공백 속에서 지방 정부가 어떻게 혁신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노력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며, 앞으로 미국의 AI 규제 환경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다른 주들도 일리노이의 사례를 주시하며 유사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결국 연방 정부에 더 큰 압박으로 작용하여 통일된 국가적 AI 전략을 수립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AI의 미래는 지금,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와 시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며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 원문 제목: Trump loses more control over AI regulation as Illinois passes landmark law
- 출처: Artificial Intelligence - Ars Tech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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