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AI 경고: 우리 시대 기술 윤리의 나침반이 흔들리고 있다
Published May 31, 2026
스마트폰을 열고 앱을 실행하는 순간부터, 온라인 쇼핑몰이 내게 맞는 상품을 추천하고, 심지어는 병원에서 진료 대기 중 AI 챗봇이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세상. 인공지능은 이제 우리 일상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편리함을 누리지만, 이 편리함 뒤에 어떤 알고리즘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해서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연 이 강력한 기술의 발전이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요? 아니면 소수의 이익만을 대변하며 우리 사회를 알게 모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일까요?
최근 교황 레오 14세가 발표한 새로운 회칙 ‘마그니피카 후마니타스(Magnifica Humanitas, 장엄한 인류)‘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는 인류에게 용기와 연대를 촉구하는 이 메시지는, 비단 종교적인 맥락을 넘어 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 정책 입안자들, 그리고 AI의 영향을 받는 모든 일반 대중이 진지하게 귀 기울여야 할 경고등입니다. 그 핵심에는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는 강력한 선언이 담겨 있습니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바벨탑인가, 공동의 재건인가?
교황 레오 14세는 인공지능을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삶에서 가장 거대한 변화로 묘사하며,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갈림길을 성경 속 두 가지 이야기로 비유합니다. 하나는 하늘에 닿으려다 결국 언어가 혼란스러워지고 흩어지게 된 바벨탑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폭력과 유배의 시기 이후 공동의 협력으로 예루살렘을 재건한 느헤미야서 이야기입니다. 바벨탑이 끝없는 성장에만 집착하고 인간적 비용이나 신의 뜻을 무시한 결과라면, 예루살렘 재건은 한 사람의 주도가 아닌 남녀노소, 사제, 장인 등 모두의 공동 책임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이 재건은 돌을 쌓기 전에 관계를 회복하는 데서 시작되었지요.
우리가 지금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길을 함께 걸어야 할까요? 교황의 메시지는 AI가 마치 자연의 힘이나 설명 불가능한 초합리적 존재처럼 여겨지는 인식을 바로잡습니다. 사실 AI는 궁극적으로 또 하나의 상업적 제품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지금 이 제품을 둘러싼 과도한 권력이 극히 소수의 손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주목할 점은, 교황이 AI를 신비화하지 않고 지극히 현실적인 경제적 맥락에서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술 개발과 활용의 주체가 인간이며, 그 뒤에는 언제나 인간의 의지와 이윤 추구가 있다는 냉철한 분석인 셈입니다. 우리가 어떤 AI를 만들고 어떻게 사용할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규제의 공백, 그 빈자리를 채우는 이들
현재 AI 시스템은 놀랍도록 적은 제도적 감시 속에서 대규모로 배포되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AI 안전 위원회조차 없으며,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불공정 관행에 대한 관할권은 있지만 알고리즘 설계에 대한 권한은 제한적입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가이드를 발표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이를 무시하고, 유럽연합(EU)의 AI 법안은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전체적인 배포 표면의 극히 일부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 속도를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일종의 규제 공백이 발생한 것입니다.
놀랍게도, 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주체가 바로 기관 투자자들입니다. 종교간 기업 책임 센터(ICCR) 회원사를 포함해 4천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자 연합은 지난 몇 년간 AI 배포에 대한 투명성, 위험 평가, 책임성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해 왔습니다. 이들은 AI 거버넌스 실패를 중요한 사업 위험으로 간주하며, 단순히 종교적 신념을 가진 투자자뿐 아니라 일반 세속 기관 투자자들까지도 이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의미 있는 규제에 실패하고,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윤을 넘어선 이익을 추구하는 데 신뢰할 수 없을 때, 사회 구성원들이 올바른 길을 설정할 힘과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실제로 이들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습니다.
- 인권 및 폭력 사용: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팔란티어, 우버 등 거대 기술 기업들에게 AI가 폭력 행위나 기타 인권 침해에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특히, 이란과의 전쟁 초기 AI가 수천 발의 미사일 공격 목표 식별에 사용되어 수백 명의 인명을 앗아간 비극적인 사건은 이러한 기업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AI가 전쟁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막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과 직결됩니다.
- 의료의 질 저하 방지: CVS 및 유나이티드헬스 그룹 경영진에게 AI가 환자의 복지와 미국 전역의 의료 서비스 품질을 저해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AI가 의료 서비스를 효율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자칫하면 인간적인 진료의 본질을 훼손하거나 특정 집단에게 불이익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환경 영향 문제: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의 데이터 센터가 막대한 에너지와 귀한 수자원을 소비하며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AI의 환경 발자국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AI 기술 발전이 초래하는 환경 문제는 단순히 기술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사안입니다.
- 인간 창의성 보호: 디즈니, 넷플릭스, 워너 브라더스와 같은 창작 산업 기업들에게 AI 사용 방식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하고, 스토리텔링에서 인간 고유의 요소를 보호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에, 진정한 창의성과 감동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입니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단순히 잘못된 행위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 “기술을 사람을 죽이거나, 해치거나, 억압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불변의 진리를 고수하는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료 서비스와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할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중요하며 인간의 창조적인 불꽃을 필요로 합니다.
곧 오픈AI, 앤트로픽, 그록 등 주요 AI 기업들이 상장될 예정입니다. 이는 지금은 사기업인 이들 기업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유사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임을 의미합니다. 업계 흐름을 보면 이러한 윤리적 요구가 주주 행동주의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 즉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가 투자 결정에 핵심적인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술 발전이 단순히 이윤 추구를 넘어 인류 전체의 복지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거대한 전환점을 보여줍니다.
AI 시대의 선택: 우리의 유산은 무엇일까?
교황의 회칙은 시간을 기록하는 이정표와 같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후, 우리는 이 시대를 어떻게 평가받을까요? 우리는 극도로 부유하고 이기적인 소수 집단이 인류 공동의 운명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하는 것을 막지 못한, 너무 소심하거나 근시안적인 사람들로 기억될까요?
아니면 교황 레오 14세의 외침처럼, 용기와 연대로 뭉쳐 AI가 우리 **‘장엄한 인류’**를 위한 도구가 되도록 방향을 설정한 현명한 선조로 기억될까요?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 각자가, 그리고 기관과 기업들이 윤리적 나침반을 들고 AI 시대를 탐색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선택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출처
- 원문 제목: How the Pope’s Magnifica Humanitas offers a template for individuals to meet the AI moment
- 출처: MIT Technology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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