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 'ARR 허위 보고' 논란: 과연 성장인가, 착시인가?
Published May 23, 2026
최근 AI 기술 혁신은 전례 없는 속도로 비즈니스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새로운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이들은 마치 마법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수개월 만에 ARR 1,000만 달러 달성!”, “역대급 속도로 유니콘 등극!” 같은 헤드라인은 이제 너무나 익숙하죠. 그런데 과연 이 모든 성장이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그 성장일까요? 아니면 화려한 수치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이 있을까요?
지난달, 법률 AI 스타트업 스펠북(Spellbook)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스콧 스티븐슨(Scott Stevenson)은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AI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뒤흔들 만한 폭로를 했습니다. 그는 AI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만연한 “거대한 사기(huge scam)“를 지적하며, 공개적으로 발표되는 매출 수치가 부풀려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많은 AI 스타트업이 기록적인 매출을 올리는 이유는 정직하지 못한 지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 펀드들이 이를 지원하며 PR 보도를 위해 기자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그의 트윗은 단숨에 200회 이상의 리트윗과 댓글을 이끌어냈고, 수많은 유명 투자자와 창업가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는 비단 스티븐슨만의 주장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여러 언론 보도와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서도 연간반복매출(Annual Recurring Revenue, ARR) 지표가 일부 AI 기업에 의해 본래의 의미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던 터였습니다.
ARR, 그 익숙한 이름 뒤에 숨겨진 진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요? 여기서 핵심은 바로 ‘ARR’이라는 지표의 정의와 사용 방식에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ARR은 클라우드 시대 이후 소프트웨어 및 구독 기반 서비스 기업의 성장을 측정하는 데 사용되어 온 핵심 지표입니다. 이는 고객과의 계약을 통해 발생하며, 활성 고객으로부터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실제 연간 매출을 의미합니다. 즉, 이미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고, 그에 따라 결제가 이루어지는 금액을 합산한 것이죠. 회계사들이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회계 원칙(GAAP)은 이미 발생하고 수금된 과거 매출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미래 매출을 예측하는 ARR은 공식적인 감사 대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ARR을 통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성과 가치를 평가해왔습니다.
하지만 스티븐슨의 폭로와 테크크런치(TechCrunch)의 심층 보도에 따르면, 일부 AI 스타트업들은 이 ARR이라는 용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아예 다른 지표를 대신 사용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가장 흔한 전술은 바로 ‘계약된 ARR(Contracted ARR, CARR)‘을 단순히 ARR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CARR은 계약이 체결되었지만 아직 고객이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하지 않았거나, 온보딩(서비스 도입 과정)이 진행 중인 고객으로부터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매출까지 포함합니다. 한 벤처캐피탈리스트(VC)는 “확실히 그들은 CARR을 ARR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한 스타트업이 한 분야에서 그렇게 하면,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다른 스타트업도 그렇게 하지 않기가 어렵죠”라고 말합니다.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투자 유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군비 경쟁’인 셈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CARR은 ARR보다 훨씬 ‘불확실한’ 지표입니다. 서비스 도입 과정이 길어지거나 문제가 생기면, 고객은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아직 계약된 매출의 일부 혹은 전부가 실제로 발생하기 전에 말이죠.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한 VC는 CARR이 실제 ARR보다 70%나 더 높았던 사례를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상당 부분의 계약 매출이 실제로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말입니다. 벤처캐피탈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Bessemer Venture Partners, BVP)도 2021년 블로그 게시물에서 CARR은 ‘약정되었지만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계약 가치’를 ARR에 추가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하며, 중요한 점은 스타트업이 예상되는 고객 이탈(churn)과 하향 판매(downsell)를 고려하여 CARR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러한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부풀려진 숫자의 유혹: 누가 이득을 보는가?

익명을 요구한 여러 투자자들에 따르면, 1억 달러 이상의 ARR을 보고한 고위급 기업 AI 스타트업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그 중 극히 일부만이 현재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으로부터 발생한 매출이며, 나머지는 아직 배포되지 않은 계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상당 기간의 무료 파일럿 프로그램을 ARR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사실을 회사 이사회와 주요 VC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고객이 계약의 전액을 지불하기 전에 취소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CARR을 ARR이라고 부르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전통적인 ARR보다 훨씬 ‘조작(game)‘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이 3년 계약의 처음 2년 동안 큰 할인을 제공하고 전체 3년 계약 금액을 CARR(또는 ARR)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설령 고객이 3년째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고 이탈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말입니다. 이러한 ‘눈속임’은 단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투자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마케팅 자료에 5천만 달러의 ARR이 명시되어 있었지만, 실제 수치는 4천2백만 달러였다고 합니다. 8백만 달러의 차이.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상당한 금액이지만, AI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세를 고려하면 ‘반올림 오차’ 정도로 치부되며 빠르게 메워질 것이라는 안일한 인식이 깔려있다는 점은 참으로 우려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투자자들의 ‘암묵적 동의’입니다. 투자자들은 회사 장부에 기록된 정확한 수치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풀려진 공시를 용인합니다. 이는 AI 시장의 과열된 투자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다음 ‘유니콘’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숫자는 강력한 투자 유인책이 됩니다. 단기적으로는 자신들이 투자한 스타트업의 가치를 높이고, 다음 펀딩 라운드에서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일까요? 하지만 이러한 행태는 궁극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저해하고, 비합리적인 과대평가를 초래하며, 결국은 건전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해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이 논란은 ‘ARR’이라는 동일한 약어를 사용하지만 의미가 다른 또 다른 지표, 즉 ‘연간 운영 매출(Annualized Run-Rate Revenue)‘에 대한 문제로도 이어집니다. 이 지표는 특정 시점의 현재 매출을 연간으로 환산한 것으로, 단기적인 추세를 과도하게 일반화할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투명성이 필요한 시점
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은 분명 놀라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성장을 측정하는 방식이 왜곡된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믿고 투자하며, 무엇을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스콧 스티븐슨의 용기 있는 폭로는 AI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필요한 자정 작용의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업계 흐름을 보면, 이러한 불투명한 관행이 지속될수록 시장 전체의 신뢰는 하락하고, 결국은 ‘AI 거품’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윤리적 책임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보다 명확하고 통일된 매출 지표 표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자와 스타트업 창업가 모두가 인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CARR을 보고할 경우 명확하게 ‘CARR’임을 명시하고, 예상되는 고객 이탈 및 하향 판매율을 포함한 가정치를 함께 공개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잠재적 투자자나 대중이 기업의 실제 재무 건전성과 성장 잠재력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이 모든 논의의 핵심은 ‘신뢰’에 있습니다. AI 기술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그 기반을 다지는 기업들의 성과 보고 방식 또한 투명하고 정직해야 할 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반짝이는 숫자의 환상에 빠져, 실체가 없는 거품을 키우는 우를 범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출처
- 원문 제목: How VCs and founders use inflated ‘ARR’ to crown AI startups
- 출처: AI News & Artificial Intelligence | TechC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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