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과장과 이윤 사이 잃어버린 '2단계'의 미스터리
Published Apr 28, 2026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AI)은 그야말로 기술 혁신의 최전선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왔습니다. “범용 인공지능(AGI)의 도래”, “모든 산업의 혁신”, “생산성 폭발”과 같은 담론은 마치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현실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천문학적인 투자와 끊임없는 기술 개발 소식은 AI가 우리의 삶과 경제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한껏 부풀려 놓았죠. 하지만 이러한 눈부신 과장과 환호의 이면에는,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 부재하다는 불편한 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로 ‘어떻게’ 이 모든 것이 현실이 될 것인가 하는 물음입니다.
런던의 한 반(反)AI 시위에서 배포된 전단지에는 사우스파크의 유명한 ‘언더팬츠 그놈들’ 밈을 연상시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1단계: 디지털 슈퍼 마인드를 키운다. 2단계: ? 3단계: ?” 사실 이 전단지는 AI의 상업적 성공이라는 대서사시 속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결정적인 퍼즐 조각을 정확히 짚어냅니다. 기술 개발(1단계)과 미래 변혁의 약속(3단계) 사이에 놓인 거대한 물음표, 즉 ‘2단계’는 대체 무엇일까요?
”언더팬츠 그놈들”과 AI의 잃어버린 2단계
사우스파크의 ‘그놈들’ 에피소드는 밤마다 속옷을 훔치는 그놈들의 황당한 사업 계획을 보여줍니다: “1단계: 속옷을 모은다. 2단계: ? 3단계: 이윤.” 이 밈은 그 후 스타트업 전략부터 정책 제안에 이르기까지, 불확실한 중간 단계를 가진 모든 계획을 풍자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심지어 일론 머스크조차 화성 탐사 임무 자금 조달 계획을 설명하며 이 밈을 인용한 적이 있죠. 솔직히 말해서, 현재 AI 분야의 상황을 이보다 더 잘 요약하는 비유는 없을 겁니다. 기업들은 기술(1단계)을 만들었고, 엄청난 변혁(3단계)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 도달하는 ‘방법’은 여전히 거대한 물음표로 남아있습니다.
‘2단계’에 대한 해석은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AI 중단을 촉구하는 국제 운동 단체인 ‘Pause AI’ 측에서는 2단계가 일종의 ‘규제’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AI의 발전 속도를 늦추고, 그 영향과 위험을 충분히 파악하며 사회적 합의를 거친 후에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반면, AI 낙관론자들은 3단계가 인류의 ‘구원’과 같은 것이며, 2단계는 크게 중요하지 않거나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봅니다. OpenAI의 수석 과학자 야쿠프 파초키(Jakub Pachocki)는 AI를 “경제적으로 변혁적인 기술”이라고 표현하며 우리가 밝은 미래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목표 지점(희미하고 아직 멀리 떨어져 있지만)은 알지만, 모두가 다른 경로를 택하고 있습니다. 과연 모두가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아무도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낙관론이 때로는 기술의 실제 적용이 요구하는 복잡성과 난이도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기술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장밋빛 전망 vs. 냉혹한 현실: 연구 결과의 충돌
미래에 대한 거창한 주장 뒤에는 항상 과대광고를 잠재우는 더 냉정한 현실 평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최근 발표된 두 가지 연구 결과는 이러한 AI 업계의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첫 번째는 **앤스로픽(Anthropic)**에서 발표한 연구입니다. 이 연구는 LLM(대규모 언어 모델)이 어떤 유형의 직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 미칠지 예측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관리자, 건축가, 미디어 종사자들은 변화에 대비해야 하지만, 조경사, 건설 노동자, 숙박업 종사자들은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이죠.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예측들이 LLM이 특정 작업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이는지’에 기반을 두었다는 것입니다. 즉, 실제 직장에서의 LLM 성능이 아니라 ‘가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더욱이 앤스로픽은 LLM을 개발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이들이 자신들의 기술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것은 당연한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AI 채용 스타트업인 **머서(Mercor)**의 연구원들이 올해 2월에 발표한 결과입니다. 이 연구는 OpenAI, 앤스로픽, 구글 딥마인드 등 최고 수준의 모델로 구동되는 여러 AI 에이전트를 대상으로, 인간 은행원, 컨설턴트, 변호사가 자주 수행하는 480가지 직장 업무를 테스트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테스트된 모든 에이전트가 대부분의 임무를 완료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 연구는 AI가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서 인간의 업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러한 상반된 연구 결과는 AI의 잠재력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편향될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 현실과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폭넓은 의견 불일치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우선, 주장을 하는 주체가 누구인지(그리고 왜 하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앤스로픽처럼 AI 모델 개발사가 내놓는 전망은 아무래도 자사 기술에 대한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시각을 담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AI의 “빅뱅”을 예측하는 근거는 주로 AI 코딩 도구의 놀라운 발전 속도에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업무가 코딩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연구들에서는 LLM이 전략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취약하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현실 세계”라는 복병: 인공지능 배포의 진짜 과제
AI 도구가 단순히 이상적인 환경, 즉 ‘클린룸’에 뚝 떨어져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또한 중요한 문제입니다. AI는 사람들과 기존의 복잡한 업무 흐름이 뒤섞인 ‘오염된’ 환경 속에서 작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AI를 추가하는 것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기존 시스템과의 비효율적인 통합, 예상치 못한 오류, 또는 인간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죠. 물론, 언젠가는 이러한 기존 업무 흐름을 완전히 뜯어고쳐 새로운 기술에 맞춰 재구성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엄청난 시간과 용기(그리고 막대한 비용)를 필요로 하는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바로 이 지점이 ‘2단계’가 있어야 할 커다란 구멍입니다. 정확히 무엇이 어떻게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합의의 부족은 정보의 공백을 만들고, 이 공백은 매주 쏟아지는 최신 ‘터무니없는 주장’들로 채워지곤 합니다. 증거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거죠.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리고 AI가 어떻게 배포될지에 대한 실제적인 이해와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의 단 한 개의 게시물조차 시장을 뒤흔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은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장기적인 AI 전략 수립을 어렵게 만듭니다.
가짜 정보의 진공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AI가 정말로 변혁적일 것이라는 약속에 기술 산업(그리고 세계 경제)의 상당 부분이 기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아직 확실한 내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더 많은 추측이 아닌, 더 많은 증거를 필요로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모델 개발사들의 ‘투명성’이 필수적입니다. AI 모델의 작동 방식, 잠재적 한계, 그리고 실제 배포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솔직한 공개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연구자들과 기업 간의 ‘협력’도 중요합니다. 학계의 깊이 있는 연구와 산업 현장의 실질적인 요구사항이 결합될 때 비로소 AI는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AI 기술을 ‘평가하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합니다. 실제 세계에 배포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는 현실적인 평가 기준과 방법론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AI의 잠재력을 과대평가하지 않고, 동시에 그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며, 책임감 있게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번에 미래에 대한 과감한 AI 주장을 들을 때,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직 자신들의 ‘속옷’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내려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AI의 진정한 혁신은 환상적인 3단계에 대한 꿈보다는, 어렵고 복잡하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2단계’를 어떻게 채워나갈지에 달려있습니다.
출처
- 원문 제목: The missing step between hype and profit
- 출처: MIT Technology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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