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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의 아이콘에서 공존의 동반자로: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정의하다

Published Apr 19, 2026

우리는 자연 앞에서 언제나 죄인이었을까요?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의 발전과 문명의 확장은 종종 숲의 파괴, 강의 오염, 그리고 수많은 생명체의 멸종을 대가로 치렀습니다. 환경 운동은 이러한 현실 앞에서 인간을 자연의 파괴자로 규정하며, 필연적으로 인류혐오적인 성격을 띠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는 늘 탄소 배출량 몇 ppm, 멸종 위기종 수, 지구 생존 한계점 같은 지표들을 통해 인류가 저지른 재앙의 규모를 체감했고, 이는 우리에게 깊은 죄책감과 막연한 공포를 심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런 부정적인 지표들만으로는 사람들이 변화에 대한 동기를 얻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좌절감만 안겨줄 뿐입니다. 과연 인간은 자연의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존재일까요? 아니면, 다른 방식의 관계를 꿈꿀 수는 없을까요?

자연 속의 인간, 파괴자가 아닌 일부로서

지난 수십 년간, 환경 문제에 대한 논의는 종종 인간과 자연을 분리된 존재로 보아왔습니다. 인간은 자연을 훼손하는 외부자이며, 따라서 자연을 보호하려면 인간의 접근을 차단하거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죠. 보호 구역에 울타리를 치고 사람들을 내쫓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 사실 이건 꽤나 오랫동안 환경 보전의 핵심 전략이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주류 환경 보전론은 점차 인간이 자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산림 관리인들은 대규모 산불을 막기 위해 원주민들의 전통적인 불 놓기 관행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생물학자들은 꽃이 만발한 초원이 사실 고대 식량 생산지였고, 수확을 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점을 깨닫고 있습니다. 한때 멸종 위기에 처했던 송골매가 오늘날 고층 빌딩에 둥지를 틀고 도시의 풍부한 먹이인 쥐 덕분에 번성하는 모습은 또 어떻습니까? 이 모든 사례들은 인간이 자연에 단순히 해를 끼치는 존재가 아니라, 복잡한 생태계의 일부로서 함께 공존하고 심지어 번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저는 오랫동안 인간이 지구상의 다른 어떤 종과도 형이상학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자연에서 완전히 벗어나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의 일부로서 더 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해법이라는 생각이죠. 하지만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이라는 말이 다소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방식으로 측정하고, 더 나아가 우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희망을 심는 지표, 자연 관계 지수(NRI)의 탄생

이러한 물음에 답하고자, 저는 영국 옥스퍼드에서 열린 회의에 참여하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인간과 비인간 관계를 평가할 더 정밀한 도구를 만들려는 시도였죠. 과학자들은 탄소 농도부터 멸종률, 지구 한계선까지 환경 파괴를 측정하는 수많은 지표를 개발해 왔습니다. 물론 이런 지표들도 유용하지만, 대중에게 주로 공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우리는 생각했습니다. 왜 사람들의 희망과 꿈을 자극할 수 있는 측정 기준을 만들지 못할까?

The quest to measure our relationship with nature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어떤 나라의 사람들이 다른 지구 생명체들과 얼마나 잘 조화롭게 사는지 어떻게 정량화할 수 있을까요? 그룹에서 제안된 몇몇 지표들은 여전히 기존의 대립적인 접근 방식과 너무 유사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어, 1인당 농경지 사용량을 집계하는 것은 어떨까요? 환경론자들은 일반적으로 농장을 자연의 반대편으로 보지만, 사실 농장은 식용 및 비식용 생물 다양성을 위한 잠재적인 장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일부는 사람들이 녹색 공간에 얼마나 가깝게 사는지 위성 이미지를 통해 계산하는 데 열성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역 정보 없이는 사람들이 실제로 그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지 증명하기 어렵죠.

결국 옥스퍼드에 모인 20여 명의 과학자, 저술가, 철학자들은 세 가지 기본적인 질문에 합의했습니다.

  • 첫째, 자연은 번성하고 사람들에게 접근 가능한가? 우리는 인간이 주변 세상과 교류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 둘째, 자연은 주의 깊게 사용되고 있는가? 물론 ‘주의 깊게’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단순히 최대 지속 가능한 수확량 이하로 유지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완전한 순환 경제를 요구하는 것일까요?
  • 셋째, 자연은 보호되고 있는가? 이 역시 평가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를 대략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이 수치들을 조합하여 인간-자연 관계의 질에 대한 전반적인 점수를 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우리의 아이디어는 작년 <네이처>지에 발표되었고, 비록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녹색 공간 원격 감지와 농업 발자국 계산 방식은 포함되었습니다.

이후 유엔 인간 개발 사무소(United Nations Human Development Office)의 팀이 이 작업을 이어받아, 올해 말 2026년 인간 개발 보고서와 함께 **자연 관계 지수(Nature Relationship Index, NRI)**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순위 매기기 목록은 언제나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법이죠. 우리는 각국이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그리고 순위표의 상위권으로 올라서기 위해 경쟁하기를 바랍니다.

공포 대신 희망을, 파괴자 대신 조력자를

인간 개발 보고서의 수석 저자인 페드로 콘세이상(Pedro Conceição)은 새로운 지수가 각국이 환경 프로그램을 보는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최종 지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인간이 본질적으로 자연의 파괴자이며 자연은 원시적이라는 생각을 바꾸는 데 NRI가 결정적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약, 한계, 경계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따라서 NRI는 우리가 얼마나 심하게 실패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푸르고 풍요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더 잘할수록 숫자는 올라가고, 그 상승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지수의 등장은 환경 보호 담론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죄의식을 기반으로 한 접근 방식은 단기적인 경고 효과는 있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행동 변화와 긍정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마치 “너는 나쁜 놈이니 착하게 살아라”는 말로는 사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너는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네가 노력하면 그 결과를 측정하고 보여줄 수 있다”는 메시지는 훨씬 더 큰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각국이 NRI 순위를 높이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넘어, 시민 참여를 독려하고 혁신적인 공존 모델을 찾아낼 가능성도 열린다고 봅니다. 물론 측정의 정확성이나 지표 간의 균형 문제가 남아있겠지만, 이 시도 자체가 인류가 자연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지금까지 환경론이 그려왔던 인간의 모습은 파괴자이자 외부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자연의 일부로서, 파괴를 넘어 조화를 이루고 더 나아가 자연의 번성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자연 관계 지수(NRI)가 단순히 또 하나의 숫자에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푸르고 풍요로운 미래를 향한 희망과 실천의 동기를 불어넣는 강력한 도구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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