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윤리 때문에 블랙리스트? 영국이 앤스로픽을 간절히 원하는 놀라운 이유
Published Apr 12, 2026
우리 모두가 매일 사용하는 인공지능. 그 거대한 힘 뒤에는 어떤 원칙과 윤리가 숨어 있어야 할까요? 인공지능이 무분별한 감시나 자율 살상 무기에 사용되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가 있다면, 과연 그 안전장치는 누가, 어떻게 지켜야 할까요? 최근 AI 업계를 뒤흔든 앤스로픽(Anthropic)과 미국 정부 간의 충돌, 그리고 이를 둘러싼 영국 정부의 파격적인 행보는 단순히 기업과 국가 간의 갈등을 넘어, 인류가 인공지능 시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중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특히 AI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일상과 사회 구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앤스로픽의 사례는 AI 기업의 책임감, 그리고 국가별 AI 거버넌스 전략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원칙을 고수한 대가, 미국 정부의 강력한 응징
이야기는 지난 2월 말, 미국 국방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가 앤스로픽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에게 던진 냉혹한 최후통첩에서 시작됩니다. 헤그세스 장관은 앤스로픽에게 클로드(Claude)가 완전 자율 무기나 국내 대량 감시에 사용되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guardrails)‘를 제거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말이죠.
하지만 아모데이 CEO는 단호했습니다. 그는 앤스로픽이 “양심상(in good conscience)” 펜타곤의 요청을 수락할 수 없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인공지능의 특정 용도들이 “민주적 가치를 방어하기는커녕 훼손할 수 있다”고 역설하며 원칙을 지켰습니다. 사실 이건 단순한 기업가의 개인적인 신념 표명을 넘어섭니다. 인공지능 개발의 윤리적 경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회사의 철학이자, 미래 AI 기술의 방향성에 대한 중요한 선언이었던 셈이죠.
워싱턴의 반응은 예상대로 신속하고 가혹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기사에선 “Trump directed”로 지칭)은 모든 연방 기관에 앤스로픽 기술의 사용을 즉시 중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펜타곤은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supply chain risk)” 기업으로 지정했는데, 이 명칭은 보통 화웨이(Huawei)와 같은 적대적인 외국 기업에나 적용되던 라벨입니다. 이는 앤스로픽이 사실상 미국 정부로부터 ‘블랙리스트’에 올랐음을 의미합니다.
그 결과, 2억 달러 규모의 펜타곤 계약은 파기되었고, 국방 기술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클로드 사용을 중단하고 다른 대안으로 전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미국 정부의 이 조치는 앤스로픽에게 막대한 재정적 손실과 함께 기업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미국 정부의 이러한 강경책은 단기적으로는 앤스로픽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지만, 장기적으로는 AI 윤리와 원칙을 지키는 기업에 대한 글로벌 AI 시장의 신뢰를 역설적으로 강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의 이윤보다 더 큰 가치를 수호하려는 의지는 분명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죠.

영국, 윤리적 AI를 ‘자산’으로 삼다: 파격적인 구애
미국에서 이 모든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지켜보던 영국은 사뭇 다른 시각으로 이 사태를 바라봤습니다. 영국 과학혁신기술부(DSIT) 직원들은 3천8백억 달러 규모의 앤스로픽을 유치하기 위한 제안을 마련했습니다. 여기에는 런던 증권거래소(LSE)에 이중 상장(dual stock listing)하는 방안부터 런던 내 사무실 확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파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총리실까지 이 노력을 지지하고 나섰으니, 영국 정부가 얼마나 이 일에 적극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제안들은 5월 말 아모데이 CEO가 영국을 방문할 때 직접 전달될 예정입니다.
앤스로픽은 이미 영국에 약 20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리시 수낙(Rishi Sunak) 전 총리를 고문으로 임명하는 등 영국 내 상당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즉, 영국 내에서 의미 있는 존재감을 위한 인프라는 이미 마련되어 있던 셈입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영국 정부가 지금 앤스로픽에 제안하는 것은, 앤스로픽의 AI 접근 방식, 즉 **‘내재된 윤리적 제약(embedded ethical constraints)‘**이 장애물이 아닌 **‘자산(asset)‘**이라는 명확한 신호인 것입니다.
만약 런던에 이중 상장이 성사된다면, 앤스로픽은 자국의 규제적 입지가 여전히 법적 도전에 직면해 있는 시점에 유럽 기관 투자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얻게 됩니다. 실제로 펜타곤이 제기한 ‘공급망 위험’ 지정에 대한 항소는 여전히 제9순회법원에 계류 중이며, 그 결과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런던의 이중 상장은 앤스로픽에게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AI 거버넌스의 새로운 균형점: 영국의 전략
이 논쟁은 주로 법적, 정치적 싸움으로 비춰졌지만, 글로벌 AI 거버넌스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깊습니다. 앤스로픽의 변호인단은 법원 서류에서 클로드가 인간의 감독 없이 치명적인 자율 무기용으로 개발되지 않았으며, 미국 시민을 감시하는 데 사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기술 남용에 해당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3월, 블랙리스트 지정을 막는 예비 금지 명령을 내린 미국 지방법원 리타 린(Rita Lin) 판사는 정부의 조치가 “문제가 많다(troubling)“고 판단하며, 법률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러한 사법적 판단은 영국에 큰 의미를 가집니다.
이 부분에서 주목할 점은 영국이 AI 거버넌스에 있어 상당히 영리한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영국은 미국처럼 무제한적인 군사적 접근을 요구하는 현 상황과, EU AI Act와 같이 강력한 규제를 부과하는 브뤼셀 사이에서 중간 지대의 규제 환경을 제공하려 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이나 유럽연합보다 AI 기업에 덜 제약적인 환경을 제공하면서도, 앤스로픽이 법원에서 지키려 했던 안전장치를 포기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는 혁신과 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영국의 야심을 보여줍니다. 앤스로픽 같은 선도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자국 내 AI 역량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명확해 보입니다. 최근 발표된 4천만 파운드 규모의 국영 AI 연구소 설립 계획과도 맥락을 같이 하며, 이는 선도적인 미국 프런티어 연구소에 맞설 자국 AI 기업의 부재를 인정하고 나온 노력입니다.
영국의 앤스로픽 유치 노력은 고립된 사건이 아닙니다. 이미 오픈AI(OpenAI)는 런던을 미국 외 가장 큰 연구 허브로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며, 구글은 2014년 딥마인드(DeepMind)를 인수한 이후 킹스크로스(King’s Cross)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런던에서 프런티어 AI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이미 치열하며, 앤스로픽의 현재 상황은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영입 대상임을 말해줍니다.
앤스로픽은 국내 법적 분쟁과는 별개로 이미 국제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시드니 사무실을 개설하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 네 번째 거점을 확보하는 등 글로벌 성장 전략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앞으로 런던이 이 글로벌 성장 전략의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지가 관건입니다.
결론적으로, AI 윤리 정책 때문에 미국 정부로부터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이 역설적으로 그 ‘윤리’ 때문에 다른 G7 국가인 영국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구애를 받고 있습니다. 5월 말 아모데이 CEO의 영국 방문은 AI 시대의 윤리, 거버넌스, 그리고 글로벌 경쟁의 미래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업 뉴스를 넘어, 인류가 어떤 인공지능을 만들어나가고, 어떻게 관리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주목해야 할 ‘현장’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원문 제목: Anthropic’s refusal to arm AI is exactly why the UK wants it
- 출처: AI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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