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의 '앙트로픽 때리기', 법원 문턱에서 좌초하다: AI 거물과의 문화 전쟁, 그 내막은?
Published Apr 1, 2026
지난 목요일, 미국 AI 업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한 캘리포니아 연방 판사가 미 국방부가 선도적인 AI 기업 앙트로픽(Anthropic)을 ‘공급망 위험(supply chain risk)‘으로 지정하고, 모든 정부 기관에 앙트로픽의 AI 사용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을 일시적으로 금지한 것입니다. 이는 지난 한 달간 이어진 국방부와 앙트로픽 간의 치열한 법적, 정치적 공방에 있어 가장 최근의, 그리고 매우 중요한 국면 전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가 법원의 제동으로 한 발 물러서게 된 이 사건은 단순한 계약 분쟁을 넘어, 정부의 권한 남용, AI 기술 기업의 자율성, 그리고 고위 공직자의 무책임한 소셜 미디어 활용이 얽힌 복잡한 ‘문화 전쟁’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트윗 먼저, 법적 절차 나중”: 국방부의 치명적 오판
이번 사건의 본질은 사실 계약 분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국방부는 2025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앙트로픽의 AI 모델인 클로드(Claude)를 별다른 불만 없이 사용했습니다. 당시 앙트로픽은 “안전 중심 AI 기업이면서도 국방 계약을 따내는” 다소 아슬아슬한 브랜딩 줄타기를 하고 있었죠. 앙트로픽 공동창립자 재러드 캐플런(Jared Kaplan)에 따르면, 팔란티어(Palantir)를 통해 클로드에 접근하는 국방부 직원들은 ‘미국인에 대한 대규모 감시 및 치명적 자율 전쟁을 금지하는’ 정부 특정 사용 정책에 동의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국방부가 앙트로픽과 직접적인 계약을 추진하면서부터 불거졌습니다.
그리고 이 의견 불일치가 공개되었을 때, 상황은 단순히 관계를 끊는 것을 넘어선 ‘처벌’의 양상으로 치달았습니다. 판사의 분노를 산 것은 바로 “트윗 먼저, 법적 절차 나중(Tweet first, lawyer later)“이라는 정부의 패턴이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27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앙트로픽을 “좌익 또라이들(Leftwing nutjobs)“이라고 언급하며 모든 연방 기관에 앙트로픽 AI 사용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국방장관 피트 헥세스(Pete Hegseth) 역시 곧이어 국방부가 앙트로픽을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밝히며 이에 동조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공급망 위험 지정이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기업을 정부에 대한 ‘파괴자(saboteur)‘로 사실상 낙인찍는 행위와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리타 린(Rita Lin) 판사의 43페이지에 달하는 의견서에 따르면, 헥세스 장관은 이러한 지정을 위해 요구되는 특정 절차들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의회 위원회에 보낸 서한에는 “덜 급진적인 조치들이 평가되었고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다”고만 명시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더 나아가, 정부는 앙트로픽이 “킬 스위치(kill switch)“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 지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나중에는 변호인단이 이에 대한 증거가 전혀 없음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식의 주장은 법정에서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헥세스 장관은 또한 “미군과 거래하는 어떠한 계약자, 공급자 또는 파트너도 앙트로픽과 상업적 활동을 할 수 없다”고 선언했지만, 정부의 변호사들조차도 이 발언이 “법적 효력이 전혀 없다”고 시인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고위 공직자들의 무책임한 발언이 정부의 신뢰도에 얼마나 큰 타격을 입혔을지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그들의 발언은 단순히 의견 표명을 넘어선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AI 기업의 권리와 정부의 압력: 법정 공방의 깊은 그림자
법원은 정부의 공격적인 소셜 미디어 게시물이 앙트로픽의 헌법 수정 제1조(First Amendment) 권리를 침해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린 판사는 정부가 “앙트로픽의 ‘이념’과 ‘수사학’, 그리고 그러한 신념에 타협하지 않는 ‘오만함’ 때문에 공개적으로 처벌하려 했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는 정부가 특정 기업의 정치적 또는 사상적 입장을 빌미로 공권력을 남용했음을 시사하는 매우 심각한 판단입니다. 민간 기업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기술을 다룰 때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강요받는다면, 과연 혁신과 발전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딘 볼(Dean Ball) 전 트럼프 행정부 AI 정책 담당자는 판사의 이번 명령을 “정부에게는 치명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하며, 앙트로픽이 정부의 행동이 “불법적이고 위헌적”이라는 주장에서 거의 모든 면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법원은 정부가 앙트로픽을 ‘파괴자’로 낙인찍을 충분한 증거를 보지 못했으며, 따라서 위험 지정의 효력을 중단시키고, 국방부가 이를 강제하는 것을 막으며, 트럼프와 헥세스 장관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이 판결은 단순히 앙트로픽이라는 한 기업을 넘어, 미래의 정부와 기술 기업 간의 관계에 중요한 선례를 남길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압력을 가하려는 시도가 법정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인 셈입니다. 사실 이건 기업이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기술을 제공할 때, 그 기업의 정치적 또는 이념적 독립성이 얼마나 존중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끝나지 않은 전쟁: 승자는 누구인가?
정부는 이번 결정에 항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앙트로픽 역시 워싱턴 D.C.에서 유사한 혐의로 별도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이는 이 싸움이 결코 단번에 끝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합니다. 법원 문서는 고위 관료와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 법적 절차와 전혀 일치하지 않았으며, 정부 변호사들은 사후적으로 소셜 미디어상의 비난을 정당화해야 했다는 명확한 패턴을 보여줍니다.
흥미로운 점은 국방부와 백악관 지도부가 ‘핵 옵션’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추진할 경우 법정 싸움이 벌어질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앙트로픽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공급망 위험 지정을 발표하기 며칠 전인 2월 27일에 이미 싸우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 전쟁이 시작된 지 닷새 동안 선제공격을 감행하면서 동시에 앙트로픽이 정부의 ‘파괴자’라는 증거를 수집하는 데 집중했다는 것은, 최소한 고위 지도부가 이란 전쟁이라는 실제 상황 속에서 상당한 ‘주의 분산’을 겪었음을 시사합니다. 사실 관계를 끊는 더 간단한 방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설령 앙트로픽이 최종적으로 승소하더라도, 정부가 이 회사를 정부 사업에서 배제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국방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다른 국방 계약자들은 앙트로픽이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이제 앙트로픽과 협력할 이유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법 및 AI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찰리 불록(Charlie Bullock)은 “정부가 법을 어기지 않고도 일정 수준의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이는 정부가 앙트로픽을 얼마나 처벌하는 데 투자했는지에 달려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AI 기업과 정부 간의 계약 분쟁을 넘어선, 정부의 권한 행사와 현대 기술 기업의 자율성 간의 긴장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소셜 미디어를 통한 여론전과 법적 절차의 충돌은 앞으로도 정부와 민간 기업 간의 관계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방부가 과연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앙트로픽에 대한 압력을 지속할 것인지, 그리고 앙트로픽이 이러한 압력 속에서도 혁신과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번 판결은 정부가 기술 기업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함에 있어 더욱 신중하고 법적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출처
- 원문 제목: The Pentagon’s culture war tactic against Anthropic has backfired
- 출처: MIT Technology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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